의사 파업 여파와 의사 미화 의혹 등 방영 전부터 논란을 빚은 tvN 주말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연출을 맡은 이민수 PD가 캐스팅 논란과 의사 파업 등과 관련한 이슈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PD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종영 후 진행된 서면인터뷰에서 '산부인과, 그리고 전공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고증을 하기 위해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자문도 받았을 텐데, 그 전공의도 파업에 동참했을 텐데 그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촬영하면서 산부인과에서 일하는 게 굉장히 힘들지만, 보람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배경이 되는 율제병원에는 산부인과 전공의가 4명이나 되지만, 올해 산부인과 전공의가 전국 1명이라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속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했을 거 같냐"는 질문에는 "그 시점에 각자의 사정에 따라 결정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고 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24시간을 다룬 작품.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 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고, 이민수 감독과 김송희 작가가 각각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다만 방영에 앞서 의사들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 파업에 돌입하며 국민적인 반감을 샀고, 이에 따라 드라마 방영도 1년 늦춰졌다. 더욱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의사 미화 비판도 있었던 만큼 "이번 드라마도 의사들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다만 실제로 방영이 시작된 후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로맨스에 더 관심이 쏠렸고, 출연 배우 외모로 인한 미스캐스팅 논란이 더 크게 불거졌다.
이 PD는 "결국 생명 존중, 의사의 성장, 병원의 현실에 대한 디테일보다는 '병원에서 연애한 얘기'가 더 화제가 돼 마무리됐다"는 반응에 "시청자분들이 기호를 파악하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다"며 "어떤 분들은 청춘들의 성장, 어떤 분들은 동기간의 우정 이야기를 좋아해 주시고, 그중에 이영과 도원의 로맨스가 가장 인기 있었던 거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아쉽다기보다는, 우리가 준비한 여러 메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좋아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구도원 역의 정준원의 외모 논란과 함께 그동안 '슬기로운' 시리즈를 제작했던 제작진들이 반복해서 남자 주인공 캐스팅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진 점이 다시 주목받았다. 이 PD는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배우를 찾는 과정이 꽤 길었다"며 "신원호 감독님을 포함한 여러명의 제작진이 모여 논의를 하고, 함께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연진 그 모두가 각각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려줬고, 그 어떤 배우도 이보다 잘할 수 없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마 안팎의 상황이 반영된 듯,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청률은 시즌1, 2 모두 최고 14.1%를 기록했지만,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시청률은 최고 8.1%로 '슬의생'에 반토막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이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성적을 뛰어넘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그 과정에서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