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강원도 강릉 하이원 아레나. 강원 FC와 대구 FC의 맞대결 전이었다. ‘MK스포츠’는 전역을 알린 서민우(27·강원)를 만났다.
서민우는 강원 복귀전에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서민우는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진짜 보여줬다. 서민우는 강원 하이원 아레나의 중원을 지배했다.
서민우는 수비 시엔 진공청소기였다. 그는 대구의 전진 패스를 모조리 끊어냈다. 공격 시엔 탈압박과 전진 패스 능력을 뽐냈다.
강원은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며 대구에 3-0으로 이겼다.
서민우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중원에서 궂은일을 도맡고 공·수 연결고리 역할까지 해낸 서민우가 없었다면, 강릉 하이원 아레나의 축제 분위기도 없었을 것이다.
‘MK스포츠’가 21일 대구와의 경기를 앞둔 서민우와 나눴던 이야기다.
Q. 전역한 기분이 어떤가.
처음엔 큰 차이가 있을까 싶었다. 전역하고 나니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낀다.
Q. 무엇이 제일 다른가.
잠자고 일어나서 아침 점호를 안 나가도 된다(웃음). 그게 아주 좋다.
Q. 군대 다시 가는 꿈 안 꿨나.
꿨다. 식은땀이 났다. 말년 휴가 첫날이었다. 꿈에서 입대하는 날 겪었던 일을 반복했다. 진짜 깜짝 놀랐다.
Q. 입대하는 날 어떤 일이 있었나.
입대 전날 호텔에서 잤다. 늦잠을 잔 거다. 에이전트가 내 호텔 방문을 쿵쿵 두드렸다. ‘그 쿵쿵 소리’가 꿈에서 생생하게 다시 들렸다.
Q. 입대 전·후 축구선수 서민우는 무엇이 바뀌었나.
2022 카타르 월드컵 때였다. 월드컵을 보고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고강도 러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월드컵을 보면서 ‘에너지 레벨’이 현대 축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기도 했었다.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선 30개월 프로젝트를 짰다. 입대 전 12개월, 군 생활 18개월을 합쳐서 30개월이었다. 목표는 ‘국가대표 발탁’이었다. 결과만 보면 실패했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게 참 많다.
Q. 어떤 프로젝트인지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해줄 수 있나.
그라운드 위 ‘에너지 레벨 상승’이다. 고강도 러닝을 많이 했다. 부족했던 스프린트 등을 보완해 나갔다. 에너지 레벨이란 게 단순히 많이 뛰는 것이 아니다. 뛰어야 할 때 ‘폭발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게 부족했었다. 이 부분을 30개월 프로젝트를 통해 채워나간 것이다.
Q.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 서민우에게 큰 영감을 줬던 선수도 있었나.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호드리고 데 파울이다. 데 파울처럼 뛰는 선수를 처음 봤다. 세상이 넓다는 걸 느꼈다. 에너지 레벨이 무엇일지 고민했고, 에너지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연구했다. 그렇게 30개월 프로젝트를 마쳤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달라졌다.
Q. 국가대표팀 발탁에 대한 욕심이 느껴진다.
내 계획대로였다면, 군 복무 시절 발탁됐어야 한다. 내 축구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다. 많이 남아 있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홍명보 감독께서 불러주신다면, 팀을 위해 헌신할 자신 있다. 꼭 뽑혔으면 좋겠다.
Q. 서민우의 강점을 홍명보 감독에게 어필한다면.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좋다. 나는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다. 대표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이거다. 나는 K리그(1·2)에서 가장 좋은 에너지 레벨을 보이는 선수다. 특히, 고강도 러닝에 있어서 ‘나보다 좋은 미드필더는 없다’고 자신한다. 나는 경기당 고강도 러닝만 1km 이상 뛴다.
Q. 대표팀에 정우영 이후 확신을 주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게 사실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잡아낼 자신 있나.
있다. 대표팀 명단을 매번 확인한다. 미드필더가 적을 땐 4명, 많아야 5명이더라. 대표팀은 유럽 리거가 중심이다. 냉정하게 K리그1에서 대표팀 경쟁에 나서려면, 최고가 되어야 한다. 대표팀 경기를 다 봤다. 머릿속으로 대표팀에 가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어떤 부분에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친분이 있는 대표팀 선수에게 대표팀 생활에 관한 것도 여러 번 물어봤다. 대표팀이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들었다. 내 장점을 내보일 기회를 잡고 싶다. EAFF E-1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대표팀 명단에 꼭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학창 시절부터 골키퍼 빼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 본 선수 아닌가. 어떤 포지션이 제일 편한가.
지금 뛰고 있는 6번(수비형 미드필더)이 제일 익숙하다. 오랫동안 뛰었기에 익숙하다는 거다. 어떤 포지션, 역할이든 해낼 자신이 있다. 포지션 개념이 현대 축구에선 사라지고 있다. 공격, 수비 다 잘하는 선수가 인정받는 시대다.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팀 파리 생제르맹(PSG)을 보면서 확실하게 느꼈다. 모든 선수가 볼을 받는 위치에서 그 포지션에 맞는 역할을 해내더라. 다재다능함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Q. 강원 팬들의 기대가 클 듯하다.
내가 태극마크를 달려면, 강원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나는 자신 있다. 말년 휴가 때 일주일 정도 여유가 있었다. 그때 강원이 올 시즌 치른 모든 경기를 다시 한 번 돌려봤다. 내가 경기장에 들어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내가 강원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드리겠다.
[강릉=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