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원재]의원 수 줄이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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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국회의원 수가 줄기 시작한 건 1996년부터다. 1989년 리크루트 뇌물 사건으로 오랜 자민당 독주 체제가 막을 내리고 첫 비(非)자민당 연립정부가 들어선 것이 계기였다. ‘금권정치의 온상’으로 지목된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며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 의석을 511석에서 500석으로 줄였다. 당시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는 “100점은 아니지만 국민 기대에 부응했다”고 자평했다. ▷일본은 이후에도 의석을 줄여 나갔다. 물론 제 살을 깎는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1999년 연립정권을 구성한 자민·자유·공명당은 “불황으로 기업은 구조조정을 하는데 공공부문만 피를 안 흘려도 되느냐”며 중의원 50석 및 공무원 25% 감축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듬해 비례대표 20석만 줄이고 지역구는 못 건드려 ‘용두사미’란 지적을 받았다. 세습이 적잖은 지역구 의원의 기득권을 넘지 못한 것이다. ▷2010년대에는 이른바 ‘1표의 값어치 격차’가 논란이 됐다. 최고재판소가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2배 이상이었던 2009, 2012, 2014년 선거에 대해 선거 무효는 선언하지 않았지만 ‘위헌 상태’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언론에서 지역구 의석을 조정하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그제야 정치권이 팔을 걷고 나서 2014년 5석, 2017년 10석을 줄여 현재의 465석이 됐다. 20년에 걸쳐 중의원이 46석 줄어들 동안 상원인 참의원도 10석 줄어 242석이 됐다. ▷최근 일본 정치권에선 중의원 비례대표를 31석 더 줄이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2030년까지 전체 인구가 6.7% 감소할 전망이니 그 비율만큼 의석수도 줄이자는 것이다. 논의를 주도하는 건 자민당의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다. 오사카 지역 정당 시절 시장 월급을 40% 깎고 지방의원 수를 20% 줄여 인기를 얻은 정당이다. 자민당 입장에선 지역구만 유지되면 상대적으로 의석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으니 손해 볼 게 없다. 반면 비례의원 의존도가 높은 군소정당은 좌불안석이다. 정치권에 불신이 큰 국민은 70%가량이 의원 감축에 찬성한다. ▷국민 시선을 의식해 의원 수를 줄인 나라는 얼마든 더 있다. 이탈리아는 2020년 국민투표를 거쳐 상원을 315석에서 200석으로, 하원을 630석에서 400석으로 대폭 줄였다. 독일도 지난해 하원을 736석에서 630석으로 감축했다. 한국도 외환위기 직후 2000년 총선에서 26석을 줄였다가 4년 후 슬그머니 299석으로 되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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