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삶의 질과 치료 효과를 모두 잡은 항암 신약들이 ‘2025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현장을 달궜다. 사혈 치료를 대체한 주사제와 재발률을 낮춘 면역항암제 조합이 임상에서 성과를 보였다.
1일(현지시간) 학회에서는 희소혈액암인 진성 적혈구증가증(PV) 치료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기존에는 PV 환자 혈액을 주기적으로 뽑아내는 사혈이 주요 치료법이었다. 프로타고니스트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루스퍼타이드’는 주 1회 자가 투여하는 주사제다. 철 항상성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헵시딘 경로를 표적한 최초의 약물로, 과도하게 생성되는 적혈구 생성을 억제한다.
임상 3상에서 투약군이 위약군과 비교해 사혈 횟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피로·가려움 등 주요 증상에서도 뚜렷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환자 피로도를 평가하는 ‘PROMIS’와 적혈구증가증 관련 증상을 측정하는 ‘MFSAF’에서도 개선이 확인됐다.
앤드루 T 카이켄달 미국 모피트암센터 박사는 “고빈도 사혈 환자 등에서도 루스퍼타이드의 효과가 일관적으로 나타났다”며 “PV 환자의 가장 큰 문제인 만성 피로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루스퍼타이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소의약품 및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절제 가능한 위암 환자에게 기존 표준치료인 항암화학요법(FLOT)에 면역항암제(임핀지)를 병용하면 재발 없이 생존하는 기간(EFS)이 길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표준 치료인 FLOT 요법에 임핀지를 추가한 환자는 FLOT만 투여한 환자보다 암 재발 위험이 29% 낮았다.
수술 조직에서 암세포가 한 개도 검출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비율도 임핀지 병용군이 19%, 대조군이 7%로 세 배 가까이 높았다. 24개월 전체생존율(OS)은 임핀지 병용군이 76%, 대조군이 70%였다. 이번 ASCO 발표는 수술 전후 치료법에서 항암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 병용의 효과를 처음으로 입증한 임상 3상 결과로, 위암 치료 표준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받고 있다.
시카고=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