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 달이었던 지난 6월 한달 간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18조원 가까이 ‘급전’을 빌려 썼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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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콘텐츠뱅크) |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일시대출을 통해 17조 9000억원을 차입했다. 지난 5월에 그동안 일시대출로 빌렸던 돈을 모두 갚아 6월 말 기준 누적 잔액도 17조 9000억원이다.
윤석열 정부를 포함해 올해 상반기(1~6월) 정부가 한은에서 대출받은 총 금액은 88조 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91조 6000억원)보다 3%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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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박성훈 의원실, 한국은행) |
한은의 일시대출 제도는 말 그대로 ‘일시적’인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사용하는 자금 조달 수단이다. 정부가 돈(재정)을 써야 하는데 아직 세금이 다 걷히지 않은 경우 잠시 한은에서 돈을 빌려 오는 것이다. 신용대출이면서 정해진 한도 내에서 상시로 빌렸다 갚았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들이 쓰는 마이너스통장(마통)과 비슷해 흔히 ‘한은 마통’으로도 불린다.
일시 대출은 연간 총 한도인 50조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빌리고 갚는 초단기 대출로 이듬해 1월 중순까지 모두 상환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충격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정작 세수는 부족한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 기조가 지속되면 일시대출 제도가 상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시대출 사용이 많아질수록 국가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은이 정부에 자주, 대규모로 돈을 빌려주면 유동성이 풀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고금관리법에도 정부는 일시적인 자금 부족이 발생할 경우 우선적으로 재정증권을 발행해 조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연초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와 대출조건을 결정하면서 “정부는 한은으로부터의 일시차입이 기조적인 부족자금 조달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정부는 평균 차입일수 및 차입누계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은은 또 일시대출금 평균 잔액(평잔)이 재정증권 평잔을 상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대출 부대 조건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