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366.5원’ 7개월 만에 최저… “추가 하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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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정 건전성 우려에 달러 약세
원화 가치, 주요 통화중 최대폭 상승
“美, 환율 협상 통해 절상 유도 예상
관세협상 등에 따라 변동성 커질듯”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나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 우려에 따른 글로벌 약(弱)달러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가운데 최근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3일 원-달러 환율 야간거래 종가(이튿날 오전 2시 기준)는 1366.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오후 3시 30분 기준인 주간거래 종가보다 9.1원 떨어진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 16일 야간거래 종가(1364.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원화 가치는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6일과 23일 종가를 기준으로 달러 대비 가치를 비교했을 때 원화는 야간거래 기준 2.4% 강세를 보였다. 주간거래 기준으론 1.0% 강세였지만 23일 야간거래 하락 폭이 크게 작용했다.

이는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주요 통화들의 상승 폭보다 크다. 엔화(+1.2%), 스웨덴 크로나(+1.0%), 영국 파운드(+0.9%), 유로(+0.9%), 스위스 프랑(+0.8%), 캐나다 달러(+0.8%) 등도 달러보다 강세였지만 그 폭이 원화보다는 작았다. 약달러의 영향으로 이들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100.95에서 99.01로 1.9% 하락했다.

달러 약세의 원인은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장기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강등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장기채 20년물 입찰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법안 추진 등이 달러화 수요를 떨어뜨렸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미국 국채의 지위가 흔들리는 등 ‘셀 USA’(미국 자산 매도)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또 미국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환율 협상을 통해 통화 절상(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 간 환율 협의는 통화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시장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아시아 주요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관리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핵심적 입장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약 10년 주기로 구조적 강달러와 약달러 국면이 반복됐는데, 약달러 국면은 ‘달러에 대한 신뢰 약화’ ‘환율 정책’ ‘미국 경기 둔화’ 등 세 가지 요인에 기반해 발현됐다”며 “현재 외환시장에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발생할 조짐이 있다.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약달러 초입 국면에 해당하는지 분석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감세법안 추진 상황, 7월 만료 예정인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등 변수가 여전한 만큼 큰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이 공화당 내 이탈표로 찬성 215표 대 반대 214표로 가까스로 하원을 통과한 만큼 향후 상원을 무난히 통과할지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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