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내수 부진 속에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뒷걸음쳤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대내외 불확실성에 내수가 얼어붙었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 동력인 수출까지 빨간불이 들어왔다.
다만 한국은행은 올 2분기 들어 소비와 생산, 설비투자 등 일부 내수 지표가 개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창구 한국은행 국민소득부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전기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24일 발표했던 속보치와 동일한 수치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2% 성장한 뒤 2분기에 -0.2%까지 뒷걸음쳤고, 3분기와 4분기 모두 0.1% 성장에 그쳤다가 세 분기만에 다시 역성장을 기록했다.
강창구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건설업이나 음식·숙박업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내구재·비내구재 소비와 도소매업 생산, 설비 투자 등에서는 1분기 대비 개선된 모습이 나타났다”면서 “신용카드 사용액도 4월에는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5월 하순 들어서 점차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올해 1월까지 하락세였던 경기종합지수는 이후 조금씩 상승세로 전환됐다”면서 “4~5월 동향을 종합적으로 보면 그동안 부진했던 내수가 다소 개선되는 조짐”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출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강 부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철강 등 일부 품목에서는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어 수출의 부정적 모습은 고려해야 할 측면”이라고 했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GDP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통신기기 등 재화가 늘었으나, 오락문화 등 서비스가 줄어들며 전기대비 0.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가 줄어 각각 3.1%, 0.4% 감소했다.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이 줄어 0.6% 줄었고,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1.1% 감소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줄었으나, 물건비 지출이 늘어나며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속보치 추계시 이용하지 못했던 3월의 일부 실적치 자료를 이용한 결과, 설비투자(+1.7%포인트)와 수출(+0.5%포인트) 성장률은 높아졌지만, 차감항목인 수입(+0.9%포인트)도 상향 조정됐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이 0.2%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내수는 성장률을 0.5%포인트 주저앉혔다. 내수 중 세부 항목별 기여도는 △건설투자 -0.4%포인트 △민간소비 -0.1%포인트 △정부소비 0.0%포인트 △설비투자 0.0%포인트 등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이 줄며 전기대비 0.6% 감소했고, 건설업은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0.4% 줄었다. 서비스업은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이 늘었으나, 운수업, 부동산업 등이 줄어 0.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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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수출항구인 부산항. (사진= 연합뉴스) |
작년 1인당 국민소득 3만6745달러…日 제쳐
1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직전 분기보다 0.1% 증가했다.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10조 4000억원에서 13조 9조원으로 늘어 명목 GDP 성장률(-0.4%)보다는 높았다.
실질 GNI는 전기대비 0.1% 늘었다.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손실이 10조 8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확대됐으나,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8조 9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늘어 실질 GDP 성장률(-0.2%)을 웃돌았다. 강 부장은 “올해 들어 반도체 가격 조정과 수출입 물가 하락 등으로 인해 교역조건이 개선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2024년 국민계정(잠정)’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인당 GNI는 3만 6745달러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한화 기준으로는 5012만원, 증가율 6.1%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22년부터 3년째 증가 추세로,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전년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다음이다. 전년에 이어 일본과 대만을 앞섰다. 작년 일본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5933달러로 우리보다 812달러 적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