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이재명 정부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은행권이 지역화폐 활용법을 고심하고 있다. 은행·카드 매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통시장 지역화폐 활성화 방안부터 스마트캠퍼스 앱 기반 지역화폐 지급결제,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예금토큰을 활용한 디지털 바우처 활용방안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사업모델을 물색 중이다. 여러 공약 중에서도 지역화폐 활성화는 핵심 공약인 만큼 은행도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사업방향을 찾으며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 채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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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정훈 기자)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은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을 은행 사업에 연결할지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 이후 지역화폐가 급속도로 더 많이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해 구축한 플랫폼, 데이터가 많은 만큼 지역화폐와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 소상공인 관련 부서에서는 새 정부에서 대거 통용할 지역화폐를 어떻게 은행권 사업과 연결할지 고심 중이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역화폐 항목에 약 14조 8000억원을 편성했다. 지역화폐 발행 지원금까지 고려할 때 실제 발행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은행의 접근법은 지역화폐 활성화를 촉진하는 간접적인 지원방안과 직접 지역화폐 지급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안으로 나뉜다. KB국민은행·KB국민카드는 한국신용데이터(KCD) 등과 손잡고 전통시장 실시간 매출 등을 반영한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했다. 소상공인에게는 데이터 기반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 매출 증진방안 컨설팅을 제공하고 지역민에게는 어떤 매장에서 지역화폐 결제를 할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제공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국 영세 소상공인 부담 경감을 위해 스마트 결제 단말기 5만대를 무료 지원했다”며 “지역화폐를 활용한 사업을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를 통해 지역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만큼 전 국민 지원금이 풀리면 땡겨요에서 지역화폐를 통한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마케팅 방안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대학생을 위한 플랫폼 ‘헤이영 캠퍼스’를 통한 지역화폐 활성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헤이영 캠퍼스에 간편결제(페이) 기능을 탑재해 대학 상권에서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캠퍼스 반경 1㎞, 3㎞ 등 스쿨존 안에 있는 지역화폐 가맹점 정보를 제공하고 결제까지 하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최근 대학 스마트캠퍼스 구축을 한 사례가 많다”며 “지역화폐 발행 규모·용처에 맞게 온라인 플랫폼과 함께 콘텐츠와도 결합하려고 시도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하나카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역화폐 사용처를 대거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부산 동백패스에 모바일 교통카드 기능 추가, K-Pass와 연계한 세종 이응패스를 추가해 지역화폐 이용자의 편의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H농협카드는 지난 2023년 지역화폐 운영사인 코나아이와 제휴해 NH포인트 활용 지역화폐 충전 서비스를 도입했다. NH포인트 1포인트를 지역화폐 1원으로 환산해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지난해 기준 지역화폐 전환액은 누적 5억 포인트(회원 수 4만명)에 달한다.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24개에서 연말 34개까지 지자체 제휴를 늘릴 계획이다.
은행권이 현재 한국은행과 실거래 테스트 중인 CBDC 또한 지역화폐 대거 발행과 맞물려 활성화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지역화폐를 CBDC 기반 디지털 바우처로 지급하면 사용기간, 사용지역과 업종 등을 제한할 수 있어 오남용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디지털 바우처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간·용처를 자동으로 제한할 수 있어 행정비용을 줄이는 데도 유리하다.
이미 부산시 지역화폐인 동백전을 운영하고 있는 BNK부산은행의 동백전 활용법도 주목받고 있다. 부산은행은 올해 초 동백전 이용자를 대상 맞춤형 소액대출인 비상금 동백전, BNK금융 모바일 전용 스마트캠퍼스 플랫폼 등을 통해 지역화폐 유통·지급결제를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