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중반 이후 대구 산업혁신의 중심에는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이 있었다. 2015년 문을 연 기술원은 한 해 평균 1000개 기업, 4000여개의 애로기술 해결과 시제품 제작 등 기업의 혁신을 돕는 플랫폼이었다.
기술원은 의료융합, 3D융합, 휴먼케어기술센터 등 6개의 지원센터에서 전기전자와 정보통신 의료 기계 금속 등 200여대의 전문 장비를 갖추고 대기업은 물론 중견,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10년 이상 지원해왔다. 한국의 실리콘밸리이자 중국의 첨단제품 제조 중심인 선전과 같은 혁신 거점이다.
정부의 AI 4대 거점으로 지난달 22일 지정된 대구에서 기술원이 글로벌 AX 혁신의 주역으로 단연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첨단기업과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경험과 실력 때문이다.
김현덕 원장(경북대 교수)은 “AI 3대 강국을 선언한 대한민국이 AI 경쟁, AX 경쟁에서의 승리하느냐는 산업현장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 즉 도메인 놀리지(Domain Knowlede)를 어떻게 AI와 융합하느냐에 달려있다”며 “AI가 아니라 AX(AI 전환)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현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구글의 X 프로젝트에서 연원한 X의 의미는 ‘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하는 길’, 차세대 (NEXT), 무언가 큰일 (Big Thing)의 의미를 가졌다”며 “대구가 정부의 AI 4대 거점에 진입함으로써 X시대의 경쟁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AI 4대 거점 대구의 특화산업분야는 로봇과 의료다. 이 때문에 ICT와 전기·전자 외에 첨단기술원이 강점을 가진 의료기기 공동제조 분야도 대구AX의 미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김 원장은 “의료기기는 품질관리 체계가 매우 엄격하기 때문에 제조AI나 피지컬AI, 의료 AX의 중요한 분야”라며 “의료기기 수준의 품질관리 체계가 확립되면 항공우주, 방산 등 첨단산업 모든 분야도 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원은 국내 비영리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FDA 제조허가시설을 갖추고 2015년부터 글로벌 GMP 수준의 시설을 활용한 3D프린팅 의료기기 제조 및 위탁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기업의 사용화를 지원해왔다.
지금까지 1295회의 3D프린팅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빌드)해 6만5118개의 의료기기를 생산했다. 연간 가동률이 90%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부 기기는 대학병원에서 수술에 사용하고 있고 3개 기업은 미국 중동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12개 기업은 24개의 식약처 의료기기 품목 인허가를 받았고 미국 FDA 인허가 5개 등 총 29개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했다. 직간접 매출이 253억원에 이른다. 김 원장은 “고부가 의료기기는 생산시설 구축에 막대한 비용과 첨단기술, 노하우가 필요해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다”며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확대해 생산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신 의료기기 개발에 나서는 기업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기계부품, 전자정보기기 기술과 경험이 뛰어난 대구경북의 기업은 그동안 대기업 하청 체계 속에 있었지만 앞으로 자기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며 “자기 브랜드를 가진다는 것은 회사에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디자인 홍보 마케팅 등 다양한 고급 인재를 채용하게 돼 도시서비스 산업 육성과 고용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기술원이 대구가 AX 경쟁에서 승리해 진정한 산업혁신을 이루고 대구 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발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