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인공지능(AI) 도입을 촉진하는 정책이 단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AI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장·단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35%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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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감바코타(Leonardo Gambacorta) 국제결제은행(BIS) 신흥시장 부서 최고 책임자(Head) 3일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BOK 국제컨퍼런스’ 둘째날 5세션에서 ‘인공지능이 산출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AI가 범용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y)로서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연구에서는 AI가 산출(output), 소비,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한다.
분석 결과, AI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소비, 투자를 증가시키나, 인플레이션과 정책 금리 경로는 AI의 미래 생산성 향상에 대한 경제주체의 예측 여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가계와 기업이 AI로 인한 미래의 생산성 향상을 예상하지 못한 경우, 단기적으로는 디스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며 이후 총수요가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전환되지만, AI로 미래의 생산성 향상을 예상한 경우에는 초기부터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응해 비예측 시나리오에서는 단기적으로 금리가 하락 후 반등하나, 예측 시나리오에서는 즉시 상승 후 장기간 유지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감바코타 헤드는 “AI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장·단기적으로 GDP의 약 35%와 소비를 모두 증가시키나, 단기적으로 예측 시나리오에서 가계가 미래 소득 증가를 예상해 소비를 평탄화시킴에 따라 비예측 시나리오 대비 소비가 초기에 가파르게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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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산업별 분석 결과,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장기적으로 실질임금을 상승시키고 그 결과, 노동집약적 산업은 생산비용 증가로 인해 자본집약적 산업 대비 생산 증가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소비재 산업에 AI가 집중될 경우, 노동이 자본재 산업으로 이동하고 생산량이 증가하는 연쇄효과가 나타나 경제 전체 생산성이 크게 상승하는 반면, AI가 자본재 산업에만 집중될 경우 총생산과 인플레이션 반응은 약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소비재 산업 중심의 AI 확산은 높은 경제적 수익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정책 수립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감바코타 헤드는 “AI 도입은 인구 고령화, 리쇼어링, 공급망 재편 등에 따른 장기적 수요 위축을 상쇄할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보유했다”면서 “장기적으로 성장 및 투자를 제고하는 등 거시경제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경제주체의 미래 생산성 예측여부에 따른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충격과 산업 간 이질적 효과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