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G 공시 '윤곽'...'코리아 프리미엄' 시동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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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초안이 기후금융과 함께 윤곽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는 공시 초안 논의에서 '생산적 금융'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가계와 부동산에 집중된 금융의 물줄기를 기업과 혁신산업으로 돌려 놓겠다는 포석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방향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멍에를 벗고 '코리아 프리미엄'의 본격적인 시작이 될 지 주목된다.

[한경ESG] 커버 스토리 -베일 벗은 ESG 공시, 코리아 프리미엄 시동
①총론

한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초안이 발표되었다. 이는 한국이 지속가능성 정책을 ‘선언’에서 ‘실행’으로 들어가겠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다.

금융위원회는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ESG 공시를 논의함으로써 이번 정권의 화두인 ‘생산적 금융’에 ESG 공시와 녹색·전환 금융을 포함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생산적 금융을 통해 가계와 부동산에 집중된 금융의 물줄기를 기업과 혁신산업으로 돌려놓겠다는 포석이다. 정부의 이러한 방향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한국 증시 고평가)’의 본격적인 시작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 로드맵 초안에 따라 ESG 공시는 2028년 30조 원 이상 기업부터 거래소 공시로 시작된다. 이해관계자 의견이 팽팽했던 스코프 3 공시는 3년 유예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4월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공시 로드맵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시 초안은 기업의 목소리를 나름대로 많이 수용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금융기관, 높은 수준의 지속가능 공시를 주장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아쉬움을 보인다. 국회에서는 국제적 정합성에 맞춘 지속가능성 공시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과연 생산적 금융에 걸맞은 금융 솔루션을 제공했는지는 의문이다. 공시와 함께 높아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대응의 하나로 기업의 전환을 돕기 위해 내놓은 전환금융은 규모만 발표되었을 뿐 정작 기업을 ‘어떻게’ 도울지는 빠져 있다. 정부는 기존에 발표한 420조 원 규모 전환금융을 녹색·전환 금융을 합쳐 790조 원 규모 기후금융으로 확대하고, 신규공급 기후금융의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K-ESG 공시 '윤곽'...'코리아 프리미엄' 시동거나

자산 30조 원 이상 기업, 거래소 공시부터 시작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초안에 최초 적용되는 30조 원 이상 기업은 59개 사 정도로 추정된다. 30조 원 이상 기업 중 금융산업이 약 50%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철강·화학 산업의 일부 기업은 의무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에게서는 산업별 상대분석에 필요한 표본 수가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해에는 시범적인 형태로 공시를 시작하기 때문에 다음 해인 2029년부터 이전 해의 수치를 고려한 비교공시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더해 금융위는 공시 첫해에는 자산 또는 매출액이 연결기준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연결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고려하면 공시 대상 회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초안에서는 거래소 공시를 먼저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법정 공시는 국회를 통해 법안이 곧 마련될 예정이다. 거래소 공시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며, 제재 수단도 제한적이다. 법정 공시는 법적 의무와 관련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며, 초기 보고에서의 기업 면책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유럽과 호주는 처음부터 법정 공시(사업보고서)로 시작하며, 일본 및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은 거래소 공시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법정 공시화하는 추세다. 유럽은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에 따라 사업보고서 내 ‘경영보고서(Management Report)’ 섹션에 공시한다. 호주도 자본시장법을 개정, 사업보고서의 일부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포함하도록 했다.

일본의 경우 지금까지 거래소의 지배구조 코드에 따라 ‘자율’ 혹은 ‘준의무’로 공시해 왔으나 2023년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 2027년부터 유가증권보고서에 지속가능성 항목을 의무 기재하도록 전환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일본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SSBJ)가 만든 지속가능성 기준을 법정 공시에 어떻게 적용할지 로드맵을 확정했다. 처음에 거래소 상장 규정으로 시작한 싱가포르도 2025년부터 사업보고서와 함께 기후 공시를 제출하게 하고 있다.

스코프 3, 현실적인 공시 가능한가

가장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스코프 3 공시다. 기업 입장에서는 스코프 3 공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스코프 3의 산정 방식에는 3가지가 있다. 구매 금액 기반 산정방식, 활동량 기반 산정방식, 공급망 기반 산정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활동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고, 산업 평균 배출계수는 아직 표준화되지 않아 정확도가 낮다. 같은 기업이라도 방법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보고의 난이도가 높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국제적 정합성에 따라 스코프 3 공시는 당연하며, 유예 기간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스코프 3 1년 공시를 권고하고 있으며, 호주 역시 1년간만 면제하고 도입 2년 차부터 공시한다. 유럽 CSRD도 첫 공시 연도(1년)만 스코프 3을 면제한다. 다만 유럽에서는 직접적인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경우 추정치나 대리 데이터(Proxy data)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1년 유예보다는 더 유연한 적용을 검토 중이다. 또 스코프 3에 산업별 평균치 사용이나 매출액 기반 배출 계수(Spend-based Emission Factors) 등을 활용한 추정치를 보고할 수 있게 했다.

전환금융 규모는 커졌지만… 실질 인센티브는 ‘아직’

ESG 공시로 기업의 현 상황과 전환에 대한 의지·노력을 확인한다면, 전환금융은 기업의 전환을 실제로 돕는 역할을 한다. 기업들이 기업의 전환을 돕기 위한 구체적 마중물이 될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환영하는 이유다. 다만 차후 업종별 로드맵 구축, 화석연료 자산의 관리 방법, 기업 감축 경로와 실행 계획에 대한 세부 지침 등 구체적인 사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와 함께 기업에 실익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전환금융 인센티브 정책이 추가로 나올 필요가 있다.

차후 4월 ESG 공시 로드맵이 확정되며 공시 의무화 타임라인이 정해지고, 6월로 예정된 한국형 녹색전환(K-GX) 로드맵에서 전환금융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전망이다. 앞으로 남은 쟁점사안들을 어떻게 수렴해 갈지가 한국은 물론 글로벌 지속가능 공시 동향의 중요한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장은 “ESG 공시 의무화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진하여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아가는 근간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석 연세대 환경금융대학원 교수는 “생산적 금융은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이 아니라 산업의 방향을 바꾸는 금융”이라며 “지속가능 공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전환금융이 서로 연결될 때 자본시장은 녹색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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