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이 세계적 무대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 연출상 등 6관왕을 차지하며 K뮤지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토니어워즈는 브로드웨이 공연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으로, 매년 연극과 뮤지컬 부문에서 총 26개 부문 수상작을 선정한다.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며 전 세계 공연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무대다.
한국 뮤지컬의 수상으로 국내에서 토니어워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대구 이월드에서 열린 전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랜드뮤지엄이 주관하는 ‘라라의 꿈의 극장’ 전시다. 이 곳에선 토니어워즈 최초 여우주연상 실물 트로피를 비롯해 주디 갈랜드의 토니상 공로상, 뮤지컬 '애니' 작품상 트로피 등 희귀 소장품들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1947년 첫 토니상 실물 공개
'라라의 꿈의 극장'은 이랜드뮤지엄이 보유한 뮤지컬 및 뮤지컬 영화 관련 소장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국내 최초 뮤지컬 전시다. 전시되는 대표 소장품 중 하나는 제1회 토니상 여우주연상 트로피. 미국 연극계의 상징적 인물인 헬렌 헤이스가 1947년 수상했는데, 당시엔 메달 대신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제작한 스털링 실버 콤팩트가 수여됐다. 이 콤팩트에는 그의 이니셜 ‘HH’가 새겨져 있다.
헬렌 헤이스는 미국 대중문화 최고상인 그래미·아카데미·에미·토니 등 4대 시상식을 모두 석권한 '에고트'(EGOT·4개 상 앞 글자를 딴 단어) 수상자다. 리처드 로저스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에고트이자 여성 중에선 처음으로 네 가지 상 모두를 받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1952년 주디 갈랜드의 토니상 공로상 △1977년 뮤지컬 '애니' 작품상 트로피 △브로드웨이 공연문화소식지 '플레이빌' 140년 컬렉션 △영화 '오즈의 마법사' 주디 갈랜드가 착용한 ‘도로시’ 드레스 등 뮤지컬과 영화 역사에서 상징적 아이템들이 전시된다. 이 전시품들은 이월드 83타워 76층과 77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시아 뮤지컬 거점도시 대구
이번 전시가 대구에서 열리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구는 세계 최초의 뮤지컬 축제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최지이자 아시아 뮤지컬 산업의 거점 도시로 꼽힌다.
뮤지컬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공연 장르 중 하나다. 뮤지컬업계에서도 티켓 수요가 확실히 보장되는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한다. 팬데믹 기간에도 글로벌 유명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투어를 진행할 정도다. '레베카'는 국내에서 10번째 밀리언셀러 뮤지컬에 오르는 등 한국 내 뮤지컬 선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월드는 1억명(현재까지 누적 기준)이 다녀간 국내 대표 테마파크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연간 330만명이 이월드를 방문했다. 이랜드뮤지엄 관계자는 "테마파크라는 규모감 있는 공간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은 물론 연인, 친구 등 전 연령대가 전시를 즐기기 좋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뮤지컬의 역사와 감동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소개했다.
체험형 콘텐츠로 몰입 높여
이번 전시는 단순 전시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과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가상 캐릭터 ‘라라’가 브로드웨이 작품을 경험하며 꿈을 키워가는 서사 구조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이 직접 뮤지컬 스타가 되는 참여형 콘텐츠가 기반이다.
관람객들은 360도 회전 마네킹으로 의상을 입체적으로 감상하고, 미디어 아트와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뮤지컬 세계에 몰입할 수 있다. 소장품 앞면만 바라보던 기존 전시와 달리 다양한 면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해 몰입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곳곳에 설치된 지향성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뮤지컬 음악이 현장성을 더한다.
이랜드뮤지엄과 이월드가 관람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오랜 기간 전시 기획에 시간을 쏟았다. 특히 이랜드뮤지엄은 30년간 50만여점의 뮤지컬·영화 관련 소장품을 수집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선 가장 소장가치가 높은 대표 컬렉션만 엄선해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전시품 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직사광선에 노출되어 전시품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전시 몰입도도 높이기 위해 기존 유리벽에서 암막이 가능한 벽채를 세웠다. 77층에서 76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을 기획해 이동하는 고객들의 걸음이 뒤엉키지 않게 기획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랜드뮤지엄 측은 "압도적인 컬렉션을 통해 뮤지컬이 지닌 힘을 느끼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