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5년까지 기후 변화로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약 32%가 구리 공급 중단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PwC는 이 날 기업 리더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구리를 공급해온 17개 국가 대부분이 가뭄 위협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가뭄으로 구리 생산 및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이미 물 부족으로 구리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현재도 약 8%의 반도체 기업들이 구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은 팬데믹에 따른 수요 급증에도 일부 공장 들이 폐쇄도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자동차 산업이 마비됐고 반도체에 의존하는 여러 산업의 생산 라인이 가동을 중단했다. PwC 의 프로젝트 책임자인 글렌 버름은 이에 따른 당시의 경제적 피해에 대해 "미국 경제는 GDP 성장률에서 1%포인트, 독일은 2.4% 포인트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PwC는 “중국, 호주, 페루, 브라질, 미국, 콩고 민주 공화국, 멕시코, 잠비아, 몽골의 구리 광산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며, 전 세계의 반도체 생산 지역 중 어느 곳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구리는 모든 반도체 칩 회로 내부에 수십억 개의 미세한 전선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대안이 연구되고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격과 성능 면에서 구리와 경쟁할 만한 소재나 기술이 없다.
PwC는 기후 변화에 맞춰 재료 혁신이 진행되고, 가뭄이 증가할 국가에서 물 공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구리 공급 부족 위험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계가 탄소 배출량을 아무리 빨리 줄여도 2050년까지 모든 국가의 구리 공급량중 약 절반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와 페루는 이미 가뭄이 심해지면서 채굴 효율을 높이고, 해수 담수화 시설을 건설하는 등 물 공급 확보에 나서고 있다. PwC는 그러나 대규모 해수에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들에는 이러한 조치가,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PwC는 현재 칠레가 생산하는 구리 생산량의 25%가 즉각 감소 위기에 처해 있으며, 현재의 온난화 속도라면 10년 이내에 75%, 2050년까지 90~100%까지 구리 생산이 축소될 것으로 추정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