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 힙합계 거물 숀 디디 콤스(55·과거 활동명 퍼프 대디)의 형사 재판이 시작됐다.
AP 통신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성매매 등 혐의로 기소된 디디에 대한 형사재판 심리 절차가 개시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남부지검은 지난해 9월 공갈 공모, 강압에 의한 성매매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디디를 구속기소 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모두진술에서 "디디는 '프릭 오프'(Freak Offs)로 알려진 파티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거나 그를 불쾌하게 한 여성들을 잔인하게 폭행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호텔 객실에서 마약에 취한 채로 피고인의 성적 판타지를 수행하기 위해 의상을 입으며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어야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또 프릭 오프 파티에서 여성들에게 마약 복용을 강요하고, 남성들이 성행위에 참여하도록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범죄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디디가 이들을 촬영해 피해자들이 신고를 막는 협박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디디는 검찰이 제기한 5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디디 측의 테니 게라고스 변호사는 "이 사건은 합의된 관계에서 판단 능력 있는 성인들이 내린 자발적인 선택에 관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금전적인 동기에서 디디가 범죄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는 입장이다.
디디는 '흑인 인재풀'로 불리는 명문대 하워드대를 중퇴하고, 지난 3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힙합 프로듀서이자 레이블 경영자로 군림해왔다.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미국 솔 가수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미국 R&B 스타 어셔(Usher) 등과 작업했고 그래미상을 세 번 받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악과 사회 정의를 지원하는 리볼트 TV(Revolt TV)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11월 디디의 전 연인이었던 배우 캐시 벤트라에게 성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 후, 감금, 인신매매, 성폭행, 불법무기, 약물투여, 불법 성착취,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가 불거졌다.
캐시의 고소 이후 한 여성은 1991년 대학생 시절 퍼프 대디가 자신을 성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약물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추가 고소장을 접수했고, 그의 전 프로듀서였던 로드니 릴 로드 존스도 2022년 9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반복적인 성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로드니 릴 로드 존스는 남성이라는 점에서 퍼프 대디의 성추문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확대됐다.
특히 캐시는 퍼프 대디가 정기적으로 마약과 술을 먹였고, 남성 매춘부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했으며, 2005년부터 2018년까지 폭력적인 강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행위에 대해 '완전한 영감을 주는 경험'이라고 칭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2024년 5월 17일에는 캐시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수사를 받던 디디는 카리브해의 한 섬으로 도주하려다 수십 명의 경찰과 SWAT 대원이 캘리포니아주 LA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퍼프 대디의 자택을 급습당했다. 당시 디디 측은 "도주가 아닌 7명의 자녀 중 일부와 카리브해에서 봄 방학을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재판은 8∼10주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소 15년형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디디는 이번 형사재판 외에 그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피해자들로부터 최소 50건의 민사소송을 당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