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티그룹의 네이선 시츠 수석이코노미스트가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한 진단이다. 그는 9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둔화와 인플레이션 중에 둔화 위험이 더 장기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여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경제 상황을 지켜본 뒤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경제, 소폭 마이너스 될수도”
그는 이 자리에서 “9월 인하도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은 할 수 없다”며 “만약 9월보다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하려면 매우 급격한 경기 위축이 나타나야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츠는 최근 소비자와 기업들의 심리가 악화하고 있지만 실물 지표인 소비 지출은 상당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그는 이같은 미국 경제는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쌓이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 둔화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관세 부과 전에 앞당겨 소비하면서 하반기에 지출을 아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츠는 특히 미국 소비와 노동시장이 함께 악영향을 주고받는 “역(逆) 스파이럴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보복성 소비와 노동력 부족 상황이 겹치며 물가와 임금이 함께 올랐는데, 올해는 이와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가 둔화하고, 이 영향을 기업이 겪으면서 임금 상승을 억제할 것이란 뜻이다.
그는 “현재로선 미국의 하반기 평균 경제성장률을 대략 0% 근처로 보고 있으며, 어쩌면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제2 공급망 충격”
시츠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세를 낮추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와 같은 공급 충격을 겪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 간 협상이 이뤄졌다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초기보다는 관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팬데믹 당시에는 물류 차질과 갑작스러운 상품 수요 폭증이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고율 관세로 인해 중국에서 상품이나 부품을 조달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츠는 특히 “미국의 대중 관세가 낮아질수록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중국에 대한 실질 관세율은 11%였다”고 상기시켰다. 어쨌든 미국과 중국 간 논의된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중국 외 다른 곳으로 공급망 재편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높은 관세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공급망 교란, 품귀 현상 등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전망했다.
美 정부, 관세 장점 더 증명해야
시츠는 미국 정부가 관세 정책에 대해 “지금의 고통이 장기적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더 설득력 있게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 정치인, 일반 국민들까지 관세에 따른 현재의 고통이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질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미국을 두고 여전히 최고의 투자처인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 시작했다”며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자본의 최고의 목적지라는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츠는 “미국 예외주의는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주제”라면서도 “미국은 인공지능(AI)과 같은 매력적인 경제적 기초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비롯한 자신들의 정책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