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세계 경제 충격에도
美 성장 전망 0.3%P 껑충
벼랑 끝 몰린 나라는 한국
오일쇼크 세대 조언 들어야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7%로 낮췄다. 중동쇼크 영향이다. 지난해 말 전망한 수치를 석 달 만에 0.4%포인트 떨어뜨렸다. 주요 20개국(G20) 중 둘째로 큰 하락 폭이다.
그런데 같은 발표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1.7%에서 2.0%로 오히려 올렸다. 전망치를 높인 사례는 미국과 멕시코 둘뿐이다. 의미심장한 수치다.
미국은 2019년 석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했다. 퇴적암 틈의 석유·가스를 추출하는 ‘셰일혁명’ 덕이다. 2025년 원유 생산량이 연간 47억배럴로 세계 1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도 1억1100만t으로 역시 세계 1위다. 이제 미국은 고유가 충격에서 예전보다 자유롭다. 물론 물가는 문제겠지만 수출품 값이 올라 긍정적 효과마저 있다.
도널드 트럼프 이전, 미국의 에너지 정책 비전은 ‘에너지 자립(Energy Independence)’이었다. 방어적 구호다. 지금은 달라졌다.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가 슬로건이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도 이 말이 올라 있다. 국방부를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개명한 행정명령이 연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이란 전쟁을 보면 의도된 이벤트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에너지 정세의 전환을 오래 준비한 느낌이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유럽은 피동적이지만 미국의 방향성을 따르고 있다. 러시아 가스가 끊기자 에너지 주권(Energy Sovereignty)을 생존 의제로 격상시켰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2026 어젠다 서문에 ‘의존성이 노골적인 무기로 활용되는 세계’를 직시했다. 에너지 안보 패키지가 최우선 과제다.
중국은 전력 발전의 60%를 여전히 석탄에 의존한다. 베이징이 최근 내놓은 탄소집약도 저감 약속은 파리협정 때보다 소극적이다. 석탄 감축 연도별 상한도 명시하지 않았다. 유사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국을 보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순수입 비율은 4.6%로 일본(1.8%)·중국(1.7%)에도 크게 불리하다. 1차 에너지의 94%를 수입하고, 에너지 자립도는 20%에 그친다. 한마디로 한국은 에너지에 존망이 걸린 나라다. 그만큼 절박하게 노력하고 있나.
에너지 확보 성공 사례가 있다. 2012년 이명박(MB) 정부 당시 한국 컨소시엄은 아랍에미리트(UAE)가 1979년 이후 33년 만에 외국에 처음으로 허용한 생산권을 따냈다. 할리바 유전이다. 한국석유공사 등 한국 지분 40%로, 2042년까지 62억달러 규모의 원유를 확보했다. 당시 UAE의 협조를 끌어낸 핵심은 결국 원전이었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나선 에너지·외교·인프라스트럭처 패키지의 결정판이었다. 한국이 가진 모든 자원을 동원한 작전이었다. UAE가 이번 중동 사태 때도 원유를 제공한 것은 이런 과거가 배경이 됐다.
한국은 에너지에 겸손해야 하는 나라다. 유화·철강 등 에너지 집약형 업종이 산업 에너지의 70~80%를 차지한다. 한때 횡행했던 ‘탈원전’이란 구호가 얼마나 무지했던 것이었는지 이젠 온 국민이 안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를 배척할 일도 아니다. 정치 이념에 따라 에너지를 선별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원전·LNG·재생에너지·수소 등 가능하면 뭐든 긁어모아야 생존하는 나라다.
요즘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경험한 세대의 조언이 크게 들린다. ‘전등 끄기’ ‘자동차 부제’ 등은 기본이다. 에너지 부족은 외환위기와 민생 붕괴로 직결된다. 1970년대 말 출범한 ‘동력자원부’처럼 에너지 부처를 독립시켜 집중력을 높이는 것도 검토할 때다. 에너지 전쟁에서 가장 벼랑 끝에 서게 된 나라가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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