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화전양면 전술에 … 군사 공격 수위만 더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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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화전양면 전술에 … 군사 공격 수위만 더 올라가

입력 : 2026.03.29 17:54

남은 시한 일주일…협상 공전
美 해병대 3500명 중동 도착
전쟁부 몇 주간 지상전 준비
후티, 이스라엘에 미사일공격
'후티 원수' 사우디 참전 가능성
"홍해 봉쇄 시 유가 150달러"
루비니,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사진설명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을 넘긴 가운데 확전과 장기전의 기로에 섰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착수했지만 진척 소식은 없고, 양측이 더 강력한 공격 카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사실상의 협상 시한인 다음달 6일까지 전쟁의 긴장은 고조되고 중동발 공급망 충격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두 '화전양면' 전략을 구사하며 협상과 동시에 군사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미국 해군과 해병대가 탑승한 트리폴리함이 27일 중부사령부 작전 책임 구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최후의 카드인 지상전 투입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주둔 중인 제11해병기동부대 소속 해병대 수천 명도 USS 복서 강습상륙함 전단을 타고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는 육군 최정예 제82공수사단 병력 2000명을 포함해 추가로 1만명 파병을 검토하면서 총 1만7000명 규모 지상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공격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다. 과거 2003년 15만명이 투입된 이라크 침공과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제한적인 지역을 겨냥한 기습 작전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본격적인 지상전의 경우 미군의 상당한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반전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쟁 발발 이후 한 달간 미군 13명이 전사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의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 중 62%가 미국의 지상군 투입에 강하게 반대했고, 찬성은 12%에 그쳤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팟캐스트에서 "이란 작전을 조금 더 지속하겠지만 장기전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전쟁이) 몇 달이 아닌 몇 주 내 적절한 시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는 지상군 없이도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상전 준비와 동시에 이란과 협상을 '투 트랙'으로 진행하고 있다. 곧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 간 회담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는 전날 "이번 주에 이란과 회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분명히 그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이라는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을 두 차례 공습한 데 이어 추가 공격을 시사했다. 야히아 사레아 후티 반군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공격과 침략을 멈출 때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후티 반군이 홍해를 봉쇄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수에즈 운하까지 이어지는 홍해는 중동산 원유·가스가 유럽으로 가는 핵심 뱃길이다. 후티 반군은 과거 가자 전쟁은 물론 2023년에도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전력이 있다.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반격에 합세하며 중동 전역이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5년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연합군을 이끌고 전쟁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 육상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원유를 홍해로 옮긴 뒤 수출에 나선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원유 운송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한때 11% 이상 담당했던 홍해까지 막힐 경우 유가 급등과 함께 전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 더 큰 충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홍해의 글로벌 원유 수송 비중은 2023년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직후 반 이상 줄었고, 지난해 3월 4%대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극심한 변동성 속에 종전 협상에 대한 비관론으로 27일 다시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일 대비 4.2% 오른 배럴당 112.57달러, WTI 선물은 5.5% 오른 배럴당 99.6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2022년 7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미 브렌트유는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53% 급등했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분석가는 "홍해가 봉쇄되면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로 급격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미국과 유럽 등은 주식·채권시장이 동시에 무너지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CNBC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차단하거나 걸프 지역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면 결국 1970년대처럼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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