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닭고기(계육)는 작년보다 30% 이상 오른 가격에 팔리고 있다. 국내외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하면서 수급이 불안해지면서다. 다음달 초복(20일)을 앞두고 보양식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닭값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마리째 통으로 파는 백숙용닭은 무게에 따라 5호부터 20호까지 100g 단위로 나뉜다. 가장 작은 5호는 영계백숙으로 주로 소비되는데 451~ 550g정도다. 여름철에 수요가 가장 많고 요즘 5000원 안팎으로 팔린다. 삼계탕용은 8호 이하(~850g)로 소비된다. 치킨용 닭은 9~10호가 많이 쓰인다.
사시사철 인기가 많은 사이즈는 닭볶음탕으로 주로 쓰이는 10~11호(951~1150)로 1만원대다. 지난해에는 8000원 가까이로 팔렸던 크기다. 닭은 보통 30~35일을 키운다. 한 달여가 지나면 1.5kg 정도까지 자란다. 생계를 도축해서 털을 뽑고 머리와 닭발, 내장 등을 제거하면 대부분 11호가 된다.
상당수 사육장에서는 한번에 2만~3만 마리를 기르는데(매년 5~6회) 11호짜리가 주로 나오지만 어떤 것들은 훨씬 더 크게 자라 12호(1151g~) 이상도 나온다. 이런 닭들은 부분육으로 판매대에 오르게 된다.
부분육은 최근 몇 년간 계육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백숙용이 해마다 연 3% 가량 매출이 줄어드는 것과 다르다. 요리를 직접 해먹는 집이 줄어든 데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으로 10~11호짜리 중심의 백숙용 닭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반면, 3~4년 전부터 닭가슴살 수요가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본인이 원하는 부위만 먹으려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다리살과 목살 가슴살 등을 삼겹살처럼 구워먹는 구이용 닭 시장이 작년의 2배로 늘어난 이유다.
가장 비싼 넓적다리살(허벅지·정육)은 kg당 1만5000원선이다. 작년에는 1만2000원 정도였고, 5년 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오른 상황이다.
흔히 닭다리로 부르는 종아리살은 넓적다리살보다 5% 정도 싸다. 종아리살은 북채라고도 불리는데 생긴 모습이 ‘드럼 스틱’같다는 이유에서다. 가슴살은 다리살의 반값인 kg당 약 8000원이고 안심도 가슴살과 비슷한 수준이다.
윙과 봉은 kg당 1만~1만1000원 정도다. 봉은 날개 중에서도 몸통과 붙어있는 부분이고 윙은 날개의 중간인데 사람의 팔뚝과 비슷한 곳이다. 봉은 뼈가 하나지만 윙은 두 개의 뼈로 구성돼 있으며 뼈와 뼈 사이에 지방이 있어서 고소한 맛을 강조하려는 치킨회사들이 선호한다.
근위(모래주머니)는 kg당 5000~6000원으로 닭의 부분육 가운데 가장 싸다. 단점이라면 신선도가 다른 부위에 비해 빨리 떨어지고 변색도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마트에서는 닭발을 별도로 팔지 않지만 뼈없는 닭발에 양념을 재운 냉동상품을 내놓고 있다. 여름이면 닭부분육 매출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닭값은 이미 상당히 올랐지만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서다. AI는 해마다 발병하는데 올해는 장기간이어지고 있다. 고병원성 AI에 걸린 닭들은 땅에 묻지만 저병원성은 계속 살아있다. 하지만 살이 제대로 찌지 않는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달걀을 낳는 산란계도 체력이 떨어져 생산량이 떨어진다.
한국에서는 1년에 10억마리가 넘는 닭이 도축될 만큼 닭을 많이 먹는다. 한 사람당 20마리를 넘게 먹은 셈이다. 치킨으로 40% 정도가 소비되는데 필자가 이마트에서 구입하는 닭만해도 1년에 1500만마리나 된다.
공급이 불안해지면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해외에서 수입을 늘려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절차를 빨리해도 수개월이 걸린다. 수입산은 대부분 브라질에서 오는데 다리살이 많고 값은 국산의 2분의1에서 3분의1 수준이다. 브라질은 가슴살은 미국에, 다리살은 한국과 중국에 수출한다.
말복이 지나면 닭값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사실 닭은 가을에 먹는 게 좋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닭이 섭씨 18~25도에서 가장 잘 자라기 때문이다. 이 때 키운 닭들이 고기맛도 좋고 국물맛도 좋다.
닭고기를 살 때는 소비일자는 물론 생산일자를 확인하면 좋다. 닭고기는 법에 따라 도축으로부터 10일 이내에만 취급을 할 수 있다. 닭은 따뜻한 동물이어서 소나 돼지보다 상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마트에서 쓰는 닭은 도축 당일에 물류센터로 보내고 다음날 일선 매장에서 공급하며 법정 기한보다 짧은 도축 후 닷새 이내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소비자가 집에 가져가서 다시 닷새를 보내더라도 법정 기한을 넘지 않는다.
신동훈 이마트 바이어(계육담당·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