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치료의 변수, 간 기능이 살아야 환자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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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국립암센터 간담도 췌장암센터 교수가 컴퓨터 단층 촬영(CT)에서 발견된 간암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김보현 국립암센터 간담도 췌장암센터 교수가 컴퓨터 단층 촬영(CT)에서 발견된 간암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국가암정보센터 통계(2023년)에 따르면 간암은 국내에서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최근 발표된 10대 암 국내 5년 상대 생존율을 살펴봐도 간암은 38.9%에 불과하다. 환자 10명 중 6명 이상 5년 안에 숨지고 있다.

간암은 주요 발생 10대 암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데도 여전히 치료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보현 국립암센터 간담도 췌장암센터 교수(소화기내과장)를 만나 최신 치료 및 예방에 대해 알아봤다.

● 간암 환자 대부분 간경화 앓아

간암 환자 대부분은 이미 간경화(간경변증)를 함께 앓고 있을 때가 많다. 다른 암과 비교할 때 생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만성질환인 간경화 사망률도 높은데, 간암까지 진행되면서 사망 위험이 배로 높아진다. 김 교수는 “간암(간세포암)은 바이러스 간염, 알코올 간질환,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등 만성 간 질환 환자에게 진단된다”며 “만성 간 질환이 간경화로 진행되고 또 간암이 생기면서 두 질환을 함께 앓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간암은 ‘간 질환의 종착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기저 질환에서 비롯된다.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간암 환자 59.7%는 B형간염 바이러스, 8.0% C형간염 바이러스, 11.8% 알코올 간질환 등과 관련이 있었다.

● 간 기능, 간암 치료의 나침반과도 같아간암 치료가 쉽게 되지 않는 것도 간 관련 기저 질환에서 비롯된다. 간경화와 간암은 간 기능을 저하하고 치료에 악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는 “간 기능 평가 방법으로 잘 알려진 ‘차일드-퓨(Child-Pugh)’ 분류를 통해 간 기능을 세 등급으로 나눈다. 가장 좋은 등급인 A등급을 받아야 원활한 항암 치료가 가능하다. 간암 환자 70% 정도가 여기에 해당된다”며 “황달이나 복수가 있으면 B, C등급으로 분류되는 데 간 기능 저하로 치료를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30% 정도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간 기능이 저하된 상태라면 치료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치료를 중단해야 할 가능성도 높다. 간 기능이 생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김 교수는 “간암 약물 치료는 표적치료제 시대를 지나서 2020년 면역항암제인 아테졸리주맙과 혈관신생 억제제 베바시주맙의 병용요법이 등장해 본격적인 면역항암요법 시대를 맞았다”며 “해당 요법은 기존 경구 표적치료제 단독요법에 비하여 생존율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심혈관계 부작용이나 출혈 경향 증가, 간 기능 저하 가능성 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경화가 심하거나 위·식도 정맥류 등을 동반할 때는 출혈 위험성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석삼조’ 이중면역항암요법

김 교수는 최근 등장한 ‘이중 면역 항암요법’을 제시했다. 그는 “더발루맙과 트레멜리무맙, 상호보완 작용이 가능한 두 가지 면역항암제를 투여해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고 출혈 위험 등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며 간에 대한 부담을 줄여 간 기능 유지도 가능하면서 장기 생존율 개선도 기대된다”며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이중면역항암요법을 받은 환자는 출혈 빈도가 기존 경구 표적치료제 투여 환자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5년 추적 관찰 연구에 따르면 기존 경구 표적치료제를 투여할 때보다 2배 이상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간암 원인은 명확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 관리가 최우선이다. 기저 질환과 연관된 것을 잘 관리해야 한다. 김 교수는 “B형 간염 예방 접종은 필수 예방 접종이다. 가장 중요하다. 올해부터 C형 간염이 국가 검진 항목에 포함됐다. 반드시 관련 검사를 받고 필요할 때는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과체중 인구 증가로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발생 역시 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주 등 체중 관리, 당뇨 관리 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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