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경매를 통한 아파트 투자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감정가보다 4억~5억원 높은 가격은 물론이고, 10억원 이상에도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과열 양상이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면적 84㎡가 감정가(31억5000만원)보다 10억6533만원 높은 42억1533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33.8%에 이른다. 39명이 입찰에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없는 깨끗한 물건이고,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컸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이 가깝다.
지난 3월 최고 50층, 3914가구로 다시 짓는 정비계획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이 단지 84㎡ 최고가는 올 3월 거래된 35억원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경매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받지 않는 이점이 있어 낙찰가에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정가보다 4억~5억원 높은 낙찰가도 수두룩하다.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89㎡는 65억655만원에 낙찰돼 감정가(58억9000만원)보다 6억원 높았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롯데캐슬’ 166㎡도 감정가보다 5억2000만원 높은 30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가지3단지’ 95㎡는 감정가보다 4억6000만원가량 높은 27억원에 낙찰됐다.
경매는 상대적으로 싸게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계속 상승하자 시세와 차이가 없거나 조금 비싸도 경매를 받고 보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도화동 ‘도화현대1차’ 128㎡는 약 13억7200만원에 낙찰됐다. 시세보다 1억원가량 낮지만 2021년 최고가(16억원)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곳이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1차’114㎡는 감정가와 비슷한 10억2899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10억~11억원대에 거래되는 아파트다.
이 위원은 “일부 지역에선 실제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호가만 오른 것을 토대로 낙찰가가 뛰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