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서 시작한 집값 하락세… 최근 성동구 등 한강벨트로 확산
과거 중과 때는 매매 줄고 증여 늘어… “보유세 올라 매물 더 나올 수도”

올해 1월 23일 오전 1시 이재명 대통령이 본인의 X(옛 트위터)에 올린 이 글은 2개월 후인 22일 현재 대한민국 집값 ‘풍향계’라 불리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집값 하락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여기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고가 주택 위주로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으로 하락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과거 양도세가 실제 중과된 이후에는 매매 시장이 얼어붙고 증여가 느는 등 시장 안정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을 들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강남구서 매물 쌓이기 시작… 공시가 급등에 보유세 부담도
9510채 규모 대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현재 이곳에는 전용 84㎡ 매물이 28억 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1월 31억4000만 원에 최고가 거래됐던 것과 견주면 3억 원가량 내려간 것. 6864채 규모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도 30억 원대에 거래되다 최근 28억 원 수준으로 호가가 낮아졌다. 이 일대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는 “현재 시장 분위기로 볼 때 4월 초에는 현재보다 1억 원 정도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는 5월 10일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매매 시 2주택자는 일반 누진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가 가산돼 최대 82.5%(지방소득세 포함)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18일 공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 안에서 서울 공시가격이 평균 18.67% 인상되는 등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매물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공시가격 급등은 곧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3410채 규모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 1주택자가 올해 내야 하는 보유세는 1724만 원으로 전년(1275만 원)보다 35.2%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종부세는 1043만 원에 이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시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버티는 비용’을 높인다”면서 “매도 압력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도 양도세 규제… 집값 못 잡고 증여 늘기도 과거에도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집값을 잡기 위한 카드로 쓴 적이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발표된 8·2 부동산대책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이듬해 4월 이후 양도분부터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를 가산한다고 발표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2024년 12월 나온 보고서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대책 발표로 주택 매매거래량이 5.9%포인트 감소하는 등 거래 동결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분석 대상에서 강남 3구 등 주택 시장 과열이 심한 지역을 제외했는데도 거래량이 줄었다. KDI 측은 “주택 투자 기대 수익률을 낮춰 주택 수요를 억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동시에 (양도세 중과 등이) 다주택자 주택 매도도 억제해 거래 자체를 위축시켰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2월 강남구 증여 건수는 87건으로 전년 동기(41건)보다 약 2배로 늘어난 상태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가 양도와 증여 중 무엇이 유리한지 묻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양도세 중과가 전셋값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국토연구원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개 광역지자체(세종시 제외) 부동산 시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양도세 인상 충격은 2∼3년 시차를 앞두고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토연 측은 “양도세 인상으로 집을 팔지 않고 보유하며 ‘버티기’로 한 집주인들이 그동안의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서울 아파트값은 당시 고강도 규제에도 빠르게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지수 기준으로 연간 상승률은 △2017년(10.7%) △2018년(18.3%) △2019년(10.8%) △2020년(23.0%) △2021년(13.5%) 등을 나타냈다. 하지만 당시는 기준금리가 2% 미만에 머물렀던 데다 현재는 당시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올라 보유세 부담도 더 커진 만큼 향후 집값 전망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 정부, 보유세 카드 사용할까… “전월세 대책 마련해야”
만약 양도세 중과 이후 매물 잠김 등의 현상이 나타나며 하락세가 둔화되거나 반전될 경우 정부가 ‘최후의 수단’으로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보유세가 오르면 대출 비중이 큰 집주인이나 현금 흐름이 부족한 고령층 위주로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대표적으로는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있다. 현재 집을 팔 때 1주택자는 보유와 거주 기간에 따라 각각 최대 40%씩 총 80%까지 양도세 공제를 받는다. 여기서 보유 기간에 따른 공제를 축소하거나 없애면 해당 집에 거주한 기간이 짧거나 거주한 적이 없는 1주택자는 양도세가 늘어난다. 양도로 기대되는 수익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 외에도 종부세 과표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올리거나 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현실화율) 목표치를 인상하는 방식도 거론된다.전문가들은 향후 정부 정책 운용 방향에 따라 부동산 정책 실효성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강남 일대에서 집값 하락세가 나타났지만 추세적 하락으로는 보기 어려운 단계”라며 “중저가 주택에서 풍선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자가 주거 강조’ 정책은 전월세 매물을 줄이고, 보유세가 강화되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전월세 거주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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