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 지명자를 보면 2013년 인도 중앙은행 총재로 발탁됐던 라구람 라잔이 떠오른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글로벌 스타 경제학자의 중앙은행 총재 발탁이다. 신 지명자는 신흥국 금융위기와 관련한 금융시스템을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라잔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한 논문으로 주목받은 학자였다. 신 지명자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실무를 익혔고 라잔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명성을 얻었다. 두 사람 모두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다.
취임 초기 경제 상황도 엇비슷하다. 라잔이 취임한 2013년 인도 경제는 고환율·고물가·저성장이라는 위기에 빠져 있었다. 금융위기 후 막대한 돈을 풀던 미국이 돈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예고하자 신흥국인 인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라잔은 취임 직후 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 안정에 뒀다.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고 물가를 낮췄다. 중앙은행 주도로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을 늘려 루피화 가치를 안정시켰다.
2026년 미국·이란 전쟁의 충격으로 우리 경제도 고물가·고환율·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고 유가 급등으로 물가상승세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성장률도 한은이 2월 예상한 2%보다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딜레마에 빠진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이면 성장이 큰 타격을 입고 성장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신 지명자도 라잔처럼 단기적으로 고통이 있더라도 통화정책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하고 꾸준히 밀어붙여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과의 긴장 관계가 예상되는 점도 비슷하다. 라잔이 취임했을 때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중앙은행에 돈을 풀어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라잔은 이런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높였다. 신 지명자도 총선을 앞두고 돈 풀기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율과 물가, 유가 충격 등을 감안하면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할 상황은 아니다.
라잔은 중앙은행 총재직을 연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3년 임기를 마치고 총재직에서 내려왔다. 정치권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원인을 제공했다. 신 지명자가 위기 앞에서 어떤 통화정책의 길을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노영우 디지털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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