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통화정책 환경이 구조적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성장률과 실질금리는 하락하고 금융안정 기반이 약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반면, 구조개혁을 통해 출산이 늘고 고령층 고용이 확대되는 등 생산성이 향상될 경우 성장률과 실질금리가 연 평균 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 |
(이미지= 챗GPT) |
늙어가는 韓…성장률·실질금리·금융안정 ↓
4일 한은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초고령화에 따른 통화정책 여건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는 노동공급 감소와 저축 증가, 투자 둔화 등으로 이어져 성장률과 실질금리를 구조적으로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4.3%였던 국내 실질금리는 2024년 0.1%까지 하락했고,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가 없었다면 실질금리는 지금보다 1.8%포인트 더 높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고령화가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약화시켜 금융 불안 위험을 높이고, 특히 부동산 중심 대출 구조를 가진 국내 금융기관은 더욱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신용공급은 1932조 5000억원으로 민간신용의 절반 수준인 49.7%에 달한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실질금리 하락은 금리정책의 운신 폭을 축소시켜 경기 대응력이 약화되고, 성장 활력과 금융안정 기반이 동시에 약화될 경우 정책목표 간 상충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저성장·저금리·금융불안의 삼중고가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자료= 한국은행) |
“단기 금리인하·부양책으론 해결 안돼…구조개혁 필수”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45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2070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47.5%에 달할 전망이다.
한은은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변화에는 단기적인 금리 인하나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실물·금융 부문의 구조개혁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저성장에 대해 총수요 조절과 같은 단기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오히려 금융 불균형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구조개혁 방안으로는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확대 △청년 고용·주거·양육 여건 개선을 통한 출산율 회복 △기술혁신 등 생산성 향상 △부동산 중심 대출구조 완화 △외환시장 심도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보고서에서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구조개혁이 실현될 경우, 2025~2070년 중 성장률과 실질금리가 연평균 약 1%p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출산율이 OECD 평균(1.58명)까지 회복되고, 고령층 고용이 확대되며, 생산성 증가율이 0.5%포인트 상승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 분석이다.
황 실장은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정책 운영에서의 구조적 제약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성장 활력이 제고되면 차주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강화되면서 금융안정 기반이 견고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