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천국 대학로 감탄…K뮤지컬, 공감 노래하면 해피엔딩[뮤지컬, K컬처 주역으로]

5 days ago 5

① 英美 공연 관계자가 본 한국 뮤지컬
스미스 더 스테이지 편집장
"팬데믹 때 공연한 유일한 나라 주목
전 세대 공감할 공연 계속 만들어야"
플라하반 콩코드 시어트리컬 CEO
"바뀌는 트렌드, 성공 공식 집착 말라
결국 스토리텔링·독창적 음악이 관건"

  • 등록 2025-06-13 오전 5:31:12

    수정 2025-06-13 오전 5:31:12

[이데일리 장병호 김현식 기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 성공은 무척 흥미롭다. 한국 창작진이 만든 뮤지컬을 더 알고 싶고, 많이 보고 싶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제작·창작진과 배우 등이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연 전문 기업 중 하나인 콩코드 씨어트리컬의 션 패트릭 플라하반 최고책임자(CEO)의 말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열린 ‘2025 K-뮤지컬국제마켓’에 참여한 플라하반 CEO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뮤지컬 업계의 창작진과 배우들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며 한국 뮤지컬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K컬처의 새 주역으로 떠오른 뮤지컬에 세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다.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 이어 대학로에서 출발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연이어 수상하면서다. 특히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상·극본상·음악상·연출상·남우주연상·무대디자인상 등 주요 6개 부문을 싹쓸이했다.

K뮤지컬 보러 韓 찾는 해외 관계자 증가

션 패트릭 플라하반 콩코드 씨어트리컬 최고책임자.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 뮤지컬 시장은 2000년까지 150억 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지난 20여 년간 급속도로 성장하며 5000억 시장을 넘보고 있다. 초창기엔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에서 만든 뮤지컬을 수입, 라이선스 공연만 주로 선보였으나, 현재는 창작뮤지컬도 활발하게 제작되며 미국·영국·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으로 여겨진다.

지난 2~6일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2025 K-뮤지컬국제마켓’에서는 K뮤지컬에 대한 해외 공연 관계자들의 늘어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행사에는 미국·영국·캐나다·일본·중국·대만 등 해외 9개국 139명의 해외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1년 전(45명)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다 참가 기록을 세웠다.

행사에 참여한 플라하반 CEO는 뉴욕대에서 강의하면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윌 애런슨 작곡가를 제자로 만났던 인연이 있다. 그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성공 요인에 대해 “국적을 떠나 전 세대와 연령층이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 인기를 끈 이유”라고 전했다.

영국 공연 전문 매체 ‘더 스테이지’의 알리스테어 스미스 편집장도 ‘위대한 개츠비’와 ‘어쩌면 해피엔딩’을 통해 한국 뮤지컬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연을 멈추지 않는 걸 보면서 놀라웠다”면서 “1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뮤지컬의 영미권 진출 전망에 대해 “제작 역량은 이미 충분히 뛰어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성공적인 현지 시장에 맞는 공연 콘셉트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공연장부터 차근차근 스케일업”

알리스테어 스미스 더스테이지 편집장.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스미스 편집장은 “이번에 본 한국 뮤지컬은 죽음을 소재로 삼는 등 전반적으로 주제가 어둡고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이 대부분”이라면서 “웨스트엔드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젊은 여성 등 특정 관객층이 아닌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부터 웨스트엔드 극장에 진출하려고 하지 않는 게 좋다. 현재 웨스트엔드는 작품 숫자에 비해 공연장이 부족한 상황이고 웨스트엔드에서 바로 초연을 올릴 경우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며 “장기 흥행작인 ‘마틸다’와 올해 토니상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오퍼레이션 민스 미트’처럼 지역 공연장에서 출발해 웨스트엔드로 넘어오는 작품 개발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하반 CEO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제작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시장의 트렌드가 계속 바뀌어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브로드웨이 성공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결국 스토리의 완성도와 탄탄한 전개 방식,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독창적인 음악”이라며 “한국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시장에서 계속 성공하려면 창작진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더 발전하고, 브로드웨이 관객층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만한 수준으로 작품의 스케일이 확장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스미스 편집장은 “대학로에 이렇게 많은 공연장이 있을 줄 몰랐다.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소재, 장르의 작품이 많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면서 “작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걸 보면서 한국 뮤지컬이 해외에서 더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 뮤지컬 해외 진출 역사. (디자인=김일환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