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규진]NSC 조정기능 약화가 외교안보 균열 키운다

2 hours ago 3

신규진 정치부 기자

신규진 정치부 기자
외교안보 이슈엔 정답이 없다. 한반도 문제만 보더라도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지, 미국 등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하나의 답만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관점과 의견이 부딪치고 그 충돌 과정을 거쳐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정리되는 것.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그런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 정부는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지속하는 북한을 강하게 규탄했다. 하지만 나흘 뒤 바티칸 교황청에선 남북 대화 재개와 한반도 평화 공존 의지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물론 상대에 따라 표현과 강조점을 달리하는 외교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두 메시지는 각각 타당한 맥락이 있다.

문제는 메시지들을 관통하는 전략이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교에서 유연성은 필요하나 전략은 일관돼야 한다. 타당한 맥락이 있어도 큰 틀의 전략 아래 조율된 결과인지 설명되지 않는다면 대외적으론 일관성 부족, 혼선으로 비칠 수 있다. 그래서 EU 공동성명 내용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한 일부 기관들에선 불만이 나왔다. 외교안보 분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언제부턴가 민감한 안건은 상임위원회에 잘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컨트롤타워 기능에 대한 의구심은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동맹파와 자주파의 반복된 갈등이 축적된 결과일 수 있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다 보니 NSC 내 다수 의견을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뒤집는 결과가 나오면 비난의 화살을 돌릴 대상부터 찾게 된다. 올해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가 그랬다. 장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장외에서 여론전을 통해 특정 인사를 비판하고 NSC 시스템을 흔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까지 지속되고 있다.

NSC에서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대통령이 최종 판단을 내리는 기존 체제가 흔들린다면 결국 벌어진 균열만이 남는다. 과정이 생략되면 최종 판단은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의 직보나 특정 라인의 영향력으로 비칠 수 있다. 동맹파와 자주파의 동시 기용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대효과 대신 언제든 균열과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취약한 기반 위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하반기 워싱턴의 관심이 다시 북한 문제로 옮겨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수년간의 침묵을 깨고 북한이 변화 신호를 보내거나 북-미 접촉이 본격화된다면 정부 내부에선 대북 접근법을 둘러싼 전략적 이견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관점과 의견 충돌에도 끊임없이 교집합을 찾아나가면서 이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부처 장관들에게 서로 “많이 싸우라”고 주문해 왔다. 이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의미일 테다. 이런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모자이크성 메시지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일관된 전략 아래 국익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현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가 의미하는 바도 아닐 것이다.

광화문에서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 3차보다 강한 2차병원

    3차보다 강한 2차병원

  • 윤덕원의 가사의 재발견

    윤덕원의 가사의 재발견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