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도 ‘마태 효과’, 즉 빈익빈 부익부 법칙이 적용된다. 어릴 적부터 많이 읽은 아이들이 문해력이 빠르게 발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교과 지식을 쉽게 습득한다. 반면 독서량이 부족하면 갈수록 배움에 흥미를 잃고 ‘국포자’ ‘수포자’ ‘영포자’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선 자발적 독서(reading for pleasure)량이 많을수록 읽기뿐만 아니라 수학과 과학 성적도 높게 나온다. 독서량은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보다 성적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변수다.
▷얼마나 읽으면 될까. 미국의 9∼11세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2023년)에서는 자발적 독서 시간이 길수록 지능지수, 언어능력, 학업 성적이 높았고, 주의력 결핍이나 스트레스 같은 정신 질환 발생률은 떨어졌다. 그런데 독서 시간이 일주일에 12시간을 넘어가면 이 같은 증감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사회적 교류, 수면, 운동 같은 다른 중요한 활동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적정 독서 시간으로 주당 12시간을 제안했다.
▷지난해 정부 조사 결과 한국 성인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8분, 초중고교생은 70분이었다.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늘고 있는데 문해력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PISA에선 한국 학생들의 사실과 의견 식별 능력이 OECD 회원국 평균을 한참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문해력이 떨어져 왜곡된 정보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교육부가 2일 ‘매일 아침 10분 책 읽기 운동’을 펼치고, 초 3·4학년과 중1, 고1을 독서교육 집중 학년으로 지정해 읽기, 토론,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독서교육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배경이다.▷미국의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베스트셀러 ‘시적 정의’에서 독서, 특히 문학을 읽는 것은 타인의 삶을 경험함으로써 그를 나와 같은 인간적 품격과 취약성을 지닌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공감적 참여’이며, 이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고 했다. 자극적 디지털 콘텐츠로 물렁해진 지적 근력뿐만 아니라 공감 근육을 키우는 데도 책 읽기는 필수라는 뜻이다. 요즘 학생들의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 배경에도 배움의 근본인 읽기의 소홀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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