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성과 배분의 기준이 기업의 미래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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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 결정한다?
세계 기업은 ‘先경쟁력, 後분배’ 원칙 지켜
단기 실적으로 보상하면 혁신동력 약화돼
R&D가 심은 씨앗 등에도 제대로 보상해야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기업의 성과는 언제,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공정할까. 기업이 좋은 실적을 거두면 그 결실을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자는 것에는 누구도 쉽게 반대하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성과를 어떻게 배분하느냐 역시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노사 합의는 이러한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번 합의는 사업 성과의 일정 비율, 즉 반도체(DS) 부문에 한해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00조 원으로 추산할 때 31조5000억 원을 DS 부문 직원 약 7만8000명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성과 배분의 기준으로 사용된 영업이익은 기업 활동의 최종 성적표가 아니라 중간 성적표에 가깝다.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영업이익 이후에도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공장과 설비를 위해 조달한 자금의 이자 비용을 지급해야 하고, 법인세도 납부해야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손실이나 일회성 비용도 반영된다. 자산 처분 이익이나 환율 변동과 같은 일시적인 요인도 영업이익을 크게 흔들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친 뒤 확정되는 순이익이야말로 기업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최종 성과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 역시 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당을 받을 뿐, 영업이익을 미리 배분받지는 않는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은 단순히 영업이익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결정하지 않는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실적이 크게 개선된 해에도 연구개발(R&D)과 미래 투자를 우선 고려하며 ‘선경쟁력, 후분배’라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노사 모두 단기적인 보상보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능력이 결국 더 큰 공동의 이익이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들도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다. 대만 TSMC는 핵심 R&D 인력에게 미래 성과를 전제로 주식을 부여하는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성과 배분 역시 특정 생산조직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성과와 장기 기여를 함께 고려한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역시 기술 혁신, 비용 절감, 지속 가능성, 개인의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성과급을 산정한다. 성과를 바라보는 시야가 단기 영업 실적보다 훨씬 넓은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 경쟁력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생산은 R&D의 결과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무엇을 생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R&D와 설계다. 새로운 기술이 없으면 새로운 공정도 없고, 새로운 제품도 존재할 수 없다. 생산라인이 기업의 현재를 책임진다면 연구실은 기업의 미래를 책임진다.

실제로 2023년 반도체 사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에도 R&D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업부의 수익이 R&D와 설비에 대한 투자를 뒷받침하며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유지했다. 이러한 투자와 협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실적도 가능했다. 오늘의 영업이익은 특정 사업부만의 성과가 아니라 R&D, 생산, 설계, 지원 부문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 낸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이 때문에 성과급 체계는 자칫 잘못 설계되면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최근 논란에 오른 보상 체계에서는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활동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 R&D는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된다. 이 때문에 미래를 위해 투자를 확대할수록 당장의 영업이익은 줄어든다. 만약 성과급이 단기 이익에만 연동된다면 장기 투자를 담당하는 조직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생산이 경쟁력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면, R&D는 경쟁력 자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이러한 문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먼저 개발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생산성을 높인 구성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래 제품을 설계하는 연구자와 차세대 공정을 개발하는 엔지니어,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다른 사업부의 성과로 R&D를 뒷받침했던 조직들의 기여 역시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성과가 내일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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