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도 갈등의 핵심은 법사위원장 배분이었다. 입법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는 게 2004년 이후 관례였다.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것을 고려해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는 장치를 뒀지만 2020년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까지 차지하면서 그 관례가 깨졌다. 이후 여야는 2년마다 서로 법사위원장을 맡겠다며 민생을 볼모로 대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 국회도 언제 정상화될지 기약할 수 없다.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에 목을 매는 건 법사위의 과도한 권한 때문이다. 그동안 법사위는 위헌적인 조항이 있는지,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의 처리를 막는 일도 있었고, 심지어 법안 내용까지 뜯어고쳐 위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권한은 의원 대다수가 법률 문장과 체계에 생소해했던 1951년 2대 국회 당시 법사위에 부여됐다.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적 권한’이지, 상원 역할을 하라고 준 ‘정치적 권한’이 아니다. 목적과 다르게 오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취지는 사라지고 여야 극한 대립의 불씨만 되는 권한이라면 당장이라도 축소하는 것이 옳다. 법률가 출신 의원들이 넘쳐나는 지금 굳이 법사위만 체계·자구 심사권을 틀어쥐고 있을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미국은 국회에 별도의 법제 검토 기구인 법제실을 따로 두고 있다. 각 상임위에 심사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상임위원장 배분을 아예 법으로 못 박는 것도 한 방법이다. 21대 국회 전까지만 해도 여야가 협의를 통해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를 나눠 왔다. 하지만 설득과 타협, 존중이 사라진 지금 국회에선 더 이상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차라리 국회법을 개정해 정당이 맡는 상임위원장 수를 의석수에 따라 자동 배분하고, 정당별로 번갈아가며 상임위원장을 선택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면 적어도 원 구성으로 인한 소모적 파행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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