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고흐·피카소가 눈앞에…청주서 달려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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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트로이트 미술관 걸작전’을 찾은 충북외고 한국어학급 학생들이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을 감상하고 있다. /이솔 기자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걸작전’을 찾은 충북외고 한국어학급 학생들이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을 감상하고 있다. /이솔 기자

“여러 가지 색이 섞여서 이렇게 아름다운 피부 질감이 나오다니 신기해요.”

4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걸작전’을 찾은 충북외국어고등학교 학생 22명이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1874) 앞에서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가까이서는 어지럽게 흩어진 붓질이지만, 물러서면 발그레한 살결로 살아나는 게 르누아르 작품의 매력이다. 살색을 한 가지 물감으로 칠하는 대신 분홍과 노랑, 연두 같은 색을 잘게 나눠 겹겹이 덧칠했기 때문이다.

◇청주서 버스타고 두시간 달려와

이날 학생들은 전시에 나온 명화를 보기 위해 학교가 있는 청주에서 오전 8시에 버스를 탄 뒤 두 시간가량 달려왔다. 학생들을 인솔한 이호림 교사(러시아어 교과목 담당)는 “미술사는 작품을 직접 보지 않으면 막연하게 느껴지기 쉬운데, 이번 전시가 서양의 주요 미술사조를 체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여서 희망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서울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카자흐스탄·중국 등 해외 각국에서 온 학생들도 세계 미술사의 명작 앞에서 모두 하나가 됐다. 빈센트 반 고흐의 ‘오베르의 우아즈 강가’(1890) 앞에 선 학생은 “책에서는 매끈해 보였는데 실제로는 물감을 막 짜서 발라놓은 것 같다”며 한참을 들여다봤다. 최 알렉세이 학생(20)은 모딜리아니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실물을 처음 봤는데 텅 비어 있는 눈동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평소 예술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그림들을 보고 감명받아 미술관에 자주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피카소의 작품 옆에 거울 여러 개를 배치해 큐비즘(입체주의)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에서 정신없이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엄희정 학생(19)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책에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 느낌이 전혀 다르다”며 “거울과 함께 작품을 보니 입체주의가 왜,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돈 줄리아 학생(16)은 “사전 지식이 별로 없었지만 화가와 작품 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어서 작가의 의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교과서 단골 화가 작품이 눈앞에”

이번 전시에는 디트로이트 미술관이 소장한 고흐, 에드가 드가, 르누아르, 앙리 마티스 등 거장의 작품 52점이 나와 있다. 사실주의에서 출발해 인상주의와 표현주의, 입체주의를 거쳐 파리파까지 서양미술 100년의 주요 흐름을 좇았다. 미술사 교과서를 압축해 벽에 걸어둔 셈이다. 전시회 관계자는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화가의 주요 작품이 많아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 목적의 관객 비율이 높다”며 “전국적으로 각 학교에서 단체 관람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워지는 날씨에 피서를 겸해 작품을 즐기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관람객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도 오전 10시께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명화전은 보통 시간이 흐를수록 관람객이 많아진다”며 “아직 입소문이 덜 난 전시기간 초기에 방문하는 게 그나마 여유 있게 관람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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