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외 마약 생산기지 첫 타격…태국 10곳 급습해 원료 50t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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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태국에 있는 마약원료 물질 보관 창고를 급습하는 모습 (국정원 제공)

국가정보원이 태국에 있는 마약원료 물질 보관 창고를 급습하는 모습 (국정원 제공)
국가정보원은 태국 당국과 합동으로 현지 마약 생산기지를 급습해 마약원료 약 50t을 전량 압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정부 기관이 해외 마약 공급기지를 직접 단속한 것은 처음이다.

국정원은 9일(현지 시간) 태국 마약통제청(ONCB)과 합동으로 태국에 있는 마약원료 물질 보관 창고 10개소를 급습해 마약 제조에 사용하려던 아세톤·염산·황산 등 마약 원료 및 화학물질 49.98t을 전량 압수했다. 이날 압수된 원료물질은 필로폰 21t 또는 야바 11억 정을 제조할 수 있는 양으로, 마약으로 제조·유통됐다면 7억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시가 8조4000억 원대 규모다.

국정원은 2024년 태국산 마약 유입량이 전체 밀수량의 39%(294kg)를 차지할 정도로 양국 간 마약 범죄가 심각해지자, ONCB와의 공조를 대폭 강화해 왔다. 이번 작전도 국정원이 ONCB의 긴급 요청으로 4월 7일 태국인 마약왕 ‘타파난’을 국내에서 검거해 태국으로 송환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타파난은 성형시술을 받기 위해 위장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한국과 태국 정보 당국간 정보 공유를 통해 체포됐다. ONCB에 따르면 타파난은 태국 내 마약의 절반 이상을 유통하는 거물급 마약상이다. 10년간 태국 당국으로부터 체포영장만 50차례 발부됐다.

국정원은 ONCB와의 공조 수사를 통해 타파난이 해외에서 마약 원료물질을 구매해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완제품을 제조한 후 호주와 한국 등으로 유통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태국내 대규모 마약 원료물질 은닉 창고 소재지를 밝혀내 작전을 실행했다.

국정원이 공개한 드론 촬영 영상에는 보관창고 안에 원료 물질이 담긴 흰 포대와 파란 드럼통이 빼곡히 쌓여 있다. 국정원 수사관이 글로벌 화학기업 UNID가 제조한 것으로 표기된 수산화칼륨 포대를 촬영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수산화칼륨은 비누나 세제 제품을 만들 때 쓰이는 강한 화학물질이지만, 불법 마약 제조에도 일부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작전 종료 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수사는 대한민국 정부, 특히 국정원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며 국정원의 정보분석 및 첩보 지원, 타파난 검거와 송환 과정 협조에 사의를 표했다.

유럽 3개국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정원의 마약 보관창고 급습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X(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공개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정원의 새 모습”이라며 “잘 드는 칼은 쓰기에 따라 사람을 해칠 수도 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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