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담판 결렬에 지도부 ‘압박’ 돌입
“전 당원 긴급 설문서 ‘단일화 필요하다’ 응답이 82.8%”
단일화 여론조사, 경선룰대로 ‘당원 50% 국민 50%’ 계획
토론 무산돼도 여론조사 강행 방침…내홍-법적논란 가능성
국민의힘은 단일화 로드맵을 제시하며 “(후보가 동의하지 않아) 토론회가 무산되도 여론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당 주도로 여론조사를 강행하고 이를 근거로 대선 후보를 교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법률이 문제 되면 정치적 선택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 등 단일화 강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 국민의힘 “8일 토론회 무산되도 여론조사 실시”
국민의힘은 이날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응답전화(ARS) 설문조사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후보 간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82.82%가 나왔다고 밝혔다.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자에게 ‘후보 단일화 시기’에 물은 결과 ‘후보 등록(11일) 전에 해야 한다’가 86.7%였다. 응답률 33.8%였다.국민의힘 지도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8일 오후 6시 유튜브 생중계로 토론회를 열고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9일 오후 4시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여론조사는 대선 경선 때처럼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로 진행한다. 국민여론조사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참여하도록 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된다.
당 지도부는 토론회가 무산되더라도 여론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선관위원장이던 황우여 전 대표는 전격 사퇴했고, 단일화를 추진해온 이양수 사무총장이 단일화 과정을 총괄하는 선임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두 후보 사이에 단일화 협상이 진전 안돼 저희가 마련한 플랜비(B)로 강력히 준비했다”며 “후보 두 분이 합의 안되면 따라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결과가 반드시 그에 따라 결정하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그걸 참고해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한 전 총리가 김 후보를 앞설 경우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를 거쳐 후보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선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 재선출, 후보 교체 등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단일화 밀어붙이다 후보 못낼라”당내에선 지도부가 단일화 경선을 강행해 후보 교체에 나설 경우 대선 후보의 권한 침해 등 여러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단일화 대상 후보의 의견 반영 없이 여론조사 룰과 문구를 정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가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 여론조사만으로 할지, 당원투표도 할지부터 국민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느냐 마느냐에 따라 후보 당락이 확 갈린다”고 말했다.
당이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반박이 나온다. 김 후보가 자진 사퇴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전 총리를 새 후보로 지명할 경우 사실상 후보가 두 명이 될 수 있다는 것.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 후보자 교체는 없다.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후보를 교체하는 건 공당의 모습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후보 교체에 불복해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거란 우려가 나온다. 만약 법원이 김 후보의 가처분을 인용하면 김 후보가 복귀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단일화를 밀어붙이다가 후보를 내지 못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강제적으로 (단일화)하면 법적인 공방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문수 캠프 측은 이날 후보 교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 8명은 서울남부지법에 당 지도부의 11일 전당대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주의 원칙을 명백히 훼손하며 무리하게 소집했다”며 “후보 지위까지 위협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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