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더브라위너”… 맨시티 전설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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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서 10년 활약 ‘중원 마법사’… 421경기 출전해 108골-177도움
EPL 6회-챔스 1회 등 19차례 우승… “영광이었다” 마지막 홈경기서 작별
한국에선 ‘김덕배’ 애칭으로 친숙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맨시티)를 떠나는 케빈 더브라위너가 지난 10년간 각종 대회에서 수집한 트로피와 함께 그려진 자신의 벽화 앞에서 벽화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기뻐하고 있다. 벽화에는 팬들이 그를 칭하는 ‘킹, 더브라위너’라고 적혀 있다. 사진 출처 더브라위너 인스타그램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맨시티)를 떠나는 케빈 더브라위너가 지난 10년간 각종 대회에서 수집한 트로피와 함께 그려진 자신의 벽화 앞에서 벽화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기뻐하고 있다. 벽화에는 팬들이 그를 칭하는 ‘킹, 더브라위너’라고 적혀 있다. 사진 출처 더브라위너 인스타그램
맨체스터시티(맨시티)와 본머스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경기가 열린 21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 구장을 가득 메운 맨시티 팬들의 시선은 오직 한 선수에게 집중됐다. 2015년 맨시티에 둥지를 틀고 10년간 활약한 ‘중원의 마법사’ 케빈 더브라위너(34·벨기에)가 주인공이었다. 이날 경기는 더브라위너가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안방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였다. 팬들은 ‘킹, 더브라위너’, ‘고마워요 킹 케빈’ 등이 적힌 현수막과 깃발 등을 펼쳐 들며 눈물의 작별 인사를 했다.

선발 출전한 더브라위너는 이날 후반 24분까지 총 69분을 뛰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슈팅 3회, 키패스 2회, 패스 성공률 87%를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거들었다. 더브라위너가 교체 아웃될 때 맨시티 팬들은 모두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손을 흔들며 팬들에게 화답한 더브라위너는 동료들과 차례로 포옹한 뒤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도 그를 꼭 안아줬다.

21일 맨시티의 안방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마지막으로 가진 본머스와의 EPL 안방경기를 마친 뒤 가족과 함께 팬들에게 인사하는 더브라위너. 사진 출처 맨체스터=AP 뉴시스

21일 맨시티의 안방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마지막으로 가진 본머스와의 EPL 안방경기를 마친 뒤 가족과 함께 팬들에게 인사하는 더브라위너. 사진 출처 맨체스터=AP 뉴시스
경기 후엔 구단이 마련한 공식 고별식이 열렸다. 더브라위너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더브라위너는 “10년간 믿을 수 없는 여정을 걸어왔다. 이곳은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곳이다”라며 “팀 안팎의 사람들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이 팀에서 뛰어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내가 지휘한 팀 가운데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자 맨시티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며 “그를 대체할 선수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맨시티는 더브라위너가 구단에 헌신한 10년을 기리기 위해 특별 동상을 제작할 예정이다. 2015년 볼프스부르크(독일)에서 이적한 더브라위너는 맨시티에서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그가 몸담은 동안 맨시티는 EPL 우승 6회, 구단 역사상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 19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각종 대회 421경기에 출전해 108골, 177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EPL에서만 119개의 도움을 기록해 EPL 사상 두 번째로 많은 도움을 올렸다. 이 부문 1위인 라이언 긱스(162개)는 287분마다 하나의 도움을 만들었지만 더브라위너는 177분마다 하나의 도움을 기록했다. EPL 사무국은 이날 “더브라위너는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등 두 차례나 EPL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며 “특히 2019∼2020시즌에 EPL에서 기록한 20개의 도움 기록은 아스널의 ‘전설’ 티에리 앙리의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과 같다”고 밝혔다.

더브라위너는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2023년 맨시티가 방한했을 때 그는 한 방송에 그의 이름 앞글자 ‘KDB’를 딴 ‘김덕배’라는 이름을 달고 조기축구회 막내로 출연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축구광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은 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할 때 ‘최후의 만찬에 초대하고 싶은 5명’ 중 한 명으로 더브라위너를 꼽기도 했다.

더브라위너가 맨시티를 떠나는 것은 결국 성적 때문이다. 더브라위너는 주급 40만 파운드(약 7억5000만 원)로 EPL 내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탈장 부상 등으로 최근 두 시즌 동안 EPL 선발 출전 횟수가 34차례에 불과하다. 맨시티가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다. 더브라위너는 “놀랐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여전히 최고 수준으로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팀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더브라위너의 차기 행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리버풀과 애스턴빌라 등 EPL 팀들과 이탈리아 세리에A 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이적설도 흘러나온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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