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같은 거 보지 마세요. 혐한입니다." 한 엑스(X·옛 트위터) 사용자는 최근 국내 누적 관객 450만명을 넘어선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 흥행 기록을 이어가자 이 같이 주장했다.
귀멸의 칼날을 향해 '혐한'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엑스에선 최근 귀멸의 칼날 원작 만화책 가운데 한 대목이 '혐한' 요소를 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 게시글은 1만7000건 넘게 리트윗(재게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가 된 대목은 귀멸의 칼날 18권에 나온 "약한 놈은 정정당당하게 겨루지 않고 우물에 독을 탄다. 추악하다"라는 대사다. 조선인 수천명을 학살한 1923년 관동대지진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대사 배경에 한반도와 유사한 형상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 누리꾼들 주장이다.
이 작품은 앞서 주인공 탄지로의 귀걸이에 욱일기 문양이 있는 점과 일본이 제국주의 정책을 펴던 다이쇼 시대(1912∼1926년)가 배경인 점 때문에 우익 색채가 짙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논란을 알고도 영화를 보는 것은 '매국노'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열성 팬들은 "확대 해석"이라고 반박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혐한 논란이 과거와 같이 대대적인 반일 행동으로 옮겨붙지 않는 이유를 놓고 한국이 경제·문화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이제는 일본 젊은이가 한국 문화를 선망하는 등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라며 "경제 성장과 한류 열풍으로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지면서 (혐한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석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문화학을 전공한 박희영 국립한밭대 일본어과 교수도 "젊은 층은 문화 콘텐츠와 역사를 구별해 인식한다"며 "극우 논란이 있다고 해 좋아하는 콘텐츠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 교수는 "독일은 나치 문양을 사용하면 최대 징역 7년에 처하지만 본질적으로 동일한 욱일기에 대해서는 일본 내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를 계속 지적하며 국제적으로 이슈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