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사랑·우정·꿈 향해 달려”…북한 10대 다룬 뮤지컬 ‘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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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이 쓴 에세이 ‘은경이 일기’ 토대로 만든 창작 뮤지컬
공연 말미 실제 탈북자 음성으로 전하는 메시지로 의미 더해
박세리희망재단 작품 후원 “용기, 꿈 느껴보는 시간 되길”

뮤지컬 ‘은경’ 출연 배우 신선주, 이지현, 김우진, 우현이, 이표민, 양혜선이 8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프레스콜을 하고 있다. 2025.07.08. [서울=뉴시스]

뮤지컬 ‘은경’ 출연 배우 신선주, 이지현, 김우진, 우현이, 이표민, 양혜선이 8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프레스콜을 하고 있다. 2025.07.08. [서울=뉴시스]
“겨울 방학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나다니.”

성큼 다가온 개학에 울상인 소녀 은경이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1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방학 동안 쌍꺼풀 수술을 해 예뻐진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하거나, 음대 진학을 꿈꾸며 노래하는 모습도 그렇다.

다만 쌍꺼풀 수술을 위해 쌀 10㎏을 줬다거나, 퇴비와 토끼 가죽을 학교에 제출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우리와 다른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은경이는 살고 있는 곳은 북한이라는 것을 말이다.

8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프레스콜을 연 뮤지컬 ‘은경’은 북한 10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은경’은 탈북 여성이 북한에서의 고등학교 생활을 회고하며 쓴 에세이 ‘은경이 일기’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은경이 일기’는 북한판 ‘안네의 일기’로도 불린다.

손아선 연출은 “북한 청년 역시 우리와 같이 사랑, 우정, 꿈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임을 그린 작품”이라며 “나아가 북한 청년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 꿈을 향한 길 위에 서 있는 현대 사회의 청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양강도 혜산시 고급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은경과 그의 단짝 진옥은 평범한 10대들이다. 어느 날 평양에서 정철이 전학을 온다. 정철은 남부럽지 않게 살던 고위층 계급이었지만, 문학과 교수인 어머니가 쓴 일기로 만든 노래가 문제가 돼 혜산으로 추방을 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작품은 우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생기발랄한 10대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금지된 노래를 불러 보위부에 끌려가는 정철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건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청년이기 때문이다.

북한 청년들을 다루지만 극 중에서 북한어는 최소한으로 사용해 일간 관객의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 손 연출가는 “북한 청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성과 학교 생활에 대한 공감대를 맞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 말미 ‘또 다른 은경’이 전하는 메시지가 흘러 나온다.

“나는 있잖아, 아주 멀리 어딘가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은경이에게 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이는 배우가 아닌 실제 탈북자의 음성이다. 손 연출가는 이러한 연출에 대해 “실제 은경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극이기도 했고, 가까이 있을 수도 멀리 있을 수도 있는 ‘그 은경이’를 가장 가까이서 만나게 해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은경 역은 신선주, 정철 역은 이지현·김우진, 진옥 역은 우현이, 광성 역은 이표민, 송화 역은 양혜선이 연기한다.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신선주는 “무대를 통해 북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진심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우현이는 “우리 모두 겪었던 10대 시기를 북한은 어떻게 보내는지 함께 알아가고, 직접 표현해 볼 수 있어 영광”이라며 “제가 ‘은경’을 통해 북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 것처럼 관객들도 그들의 삶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프로골퍼 출신 박세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박세리희망재단이 작품을 후원한다.

이민성 세리박위드용인 총괄 대표는 “북한 청년들도 우리가 바라봐야 할 청년들이기에 그들의 고민, 꿈을 담은 뮤지컬 ‘은경’이 가진 메시지에 깊은 공감과 감동을 받아 함께하게 됐다”며 “뮤지컬 ‘은경’ 속 인물을 통해 박세리희망재단이 추구하는 용기 그리고 꿈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경’은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CKL스테이지에서 공연하고, 17일부터 19일까지는 대구학생문화센터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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