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가 대체 몇 덩이야'…악성 체납자 집 문따고 들어갔더니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17 hours ago 4

"재산 숨기자" 악성 체납자…일망타진 나선 국세청
710명 집중조사 착수…위장이혼 등으로 재산 숨겨
현장 수색에 민사소송까지…작년 2조8000억 징수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710명을 대상으로 재산추적에 나섰다고 10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들이 숨겼다가 추징당한 현금과 금괴, 귀금속, 수표 등의 재산.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710명을 대상으로 재산추적에 나섰다고 10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들이 숨겼다가 추징당한 현금과 금괴, 귀금속, 수표 등의 재산. 국세청 제공

"숨었네. 일단 문 따자."

올해 초 국세청 직원들이 경찰관과 함께 한 가정집 앞에 섰다. 악성 체납자가 사는 집에 문을 두드렸지만 답이 없자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구석구석을 훑던 한 직원의 눈에 등산 가방이 들어왔다. 묵직한 가방을 열어 본 직원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금괴 뭉치 수백돈과 현금다발로 가득한 탓이다. 가치만 3억원어치에 달했다.

체납자가 사는 아파트를 찾은 다른 국세청 직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발코니에 쌓인 신문 더미를 헤집던 그는 신문지 아래 10만원권 수표 다발을 찾았다. 수표 금액은 5억원어치에 달했다. 국세청은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재산추적 대상 체납자를 추려 강도 높은 현장 징수 작업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10일 재산을 은닉하거나 호화생활을 누리는 고액 상습체납자 710명을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위장이혼과 특수단체 종교단체 기부 등으로 강제징수를 회피한 체납자(224명)와 차명계좌·명의신탁 부동산 등으로 재산을 은닉했거나 숨긴 체납자 유형(124명), 해외 도박과 명품 가방 구입 등 호화사치 체납자(362명) 등이다.

국세청은 이들 체납자가 숨긴 재산을 꼼꼼하게 수색하는 등 강제징수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 상가를 매각한 A씨는 수십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그는 상가 매각대금을 5만원 현금으로 바꾼 뒤 감췄다. 국세청은 A씨가 이혼한 전 배우자 집에 재산 일부를 숨긴 것으로 보고 징수에 나섰다. 국세청 직원들은 A씨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 배우자 집에서 1억원어치 현금다발을 찾아 징수했다.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710명을 대상으로 재산추적에 나섰다고 10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들이 숨겼다가 추징당한 현금과 금괴, 귀금속, 수표 등의 재산.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 710명을 대상으로 재산추적에 나섰다고 10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들이 숨겼다가 추징당한 현금과 금괴, 귀금속, 수표 등의 재산. 국세청 제공

부모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부동산을 매입했지만 이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증여세를 체납한 B씨도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로 선정됐다. 국세청은 B씨가 모친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모친 집을 찾았다. 이 집 베란다에서 현금다발을, B씨가 운영하는 사업장 비밀금고에서는 현금다발과 수표, 골드바를 발견해 징수했다. 12억원어치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위장이혼으로 재산을 분할해 강제징수를 회피한 경우도 눈길을 끈다. 수도권 아파트를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A씨는 협의 이혼한 뒤 본인이 소유한 다른 아파트를 이혼재산 분할 형태로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A씨는 이혼 뒤에서도 배우자와 동거하는 등 위장이혼으로 강제징수를 피했다. 국세청은 A씨 배우자가 소유한 증여 아파트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 조치를 했다.

국세청은 앞서 지난해에도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를 선정해 징수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해의 경우 체납자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 현장 수색을 2064회나 실시했다. 빼돌린 재산을 반환하기 위해 민사소송 1084건도 제기했다. 이 같은 재산추적조사로 2조8000억원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고액 상습체납자에 대해 재산추적조사와 명단공개, 출국금지를 비롯한 강제징수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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