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OC 투자 틀 바꾸는 예타조사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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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기고

  • 등록 2026-03-30 오전 5:30:00

    수정 2026-03-30 오전 5:30:00

[조재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국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경제 성장과 국민 삶의 질을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다.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는 단순한 물리적 시설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지역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공공투자를 위해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제도를 운영해 왔다. 예타 제도는 대규모 재정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함으로써 재정 낭비를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조재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인프라 투자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물가 상승, 사업 규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예타 기준금액은 장기간 유지되면서 제도의 현실 적합성이 점차 약화해 왔다. 특히 지방 인프라 사업은 경제성 중심의 평가 구조로 인해 추진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반복됐으며 이는 지역 간 인프라 격차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기후 변화, 안전,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사회적 요구 확대에 따라 기존 평가체계의 가치 반영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번 예타 제도 개편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SOC 투자 패러다임을 보다 전략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예타 대상 기준금액이 총사업비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는 경제 규모 변화와 사업비 상승을 반영한 현실적인 조치로서 과도한 사전 절차로 인한 사업지연이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지역 도로, 중소 규모 교통 인프라, 생활 SOC 사업 등은 보다 신속한 추진이 가능해져 지역 주민의 체감 편익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지역균형성장을 고려한 평가체계를 강화한다. 그동안 지방 인프라 사업은 낮은 경제성 지표로 인해 불리하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역 인프라는 단기적 수익성보다 장기적 성장 기반 조성과 인구 유입, 산업 활성화 등 파급효과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특성을 적극적으로 평가에 포함해 국가 인프라 정책이 지역 발전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셋째, 공공투자의 사회적 편익을 보다 폭넓게 평가에 반영한다. 교통안전 향상, 탄소 중립 기여, 지역 산업 및 고용 창출 등 다양한 가치를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사업 효과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비용 대비 편익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의 후생을 고려하는 정책 평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넷째, 제도 운영의 신속성과 유연성 강화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정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업 특성에 따른 차등적 평가, 사전·사후 관리의 연계, 그리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예타 제도가 단순한 통과 여부 판단을 넘어 정책 설계와 투자 우선순위 설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때 그 효과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SOC 투자는 단순한 재정 지출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형성하는 전략적 투자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현재 공공투자의 질적 수준과 방향성은 국가 발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이번 예타 제도 개편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투자 효율성과 정책 대응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제도 개편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평가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한편 지역과 사업 특성의 균형 있는 반영이 중요하다.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통해 SOC 투자가 국가 균형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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