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변경 후 중고폰 받아 경찰에 넘긴 대리점주…불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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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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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휴대폰을 새 기기로 교체해주고 받은 기존 기기를 경찰에 넘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휴대폰 대리점 운영자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강원 영월군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로부터 휴대폰을 넘겨 받은 영월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에게도 무죄가 확정됐다.

A씨는 2018년 3월 고객 B씨의 휴대폰을 새 것을 바꿔 주면서 B씨가 기존에 쓰던 휴대폰을 받았다. 해당 기기를 초기화해 저장돼 있던 각종 정보를 삭제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A씨는 초기화하지 않은 상태로 휴대폰을 보관했고, 같은 해 8월쯤 경찰들로부터 B씨의 휴대폰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A씨는 B씨의 가족·지인 연락처, 골프장 예약·이용 관련 골프장이나 지인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이 저장돼 있던 휴대폰을 경찰에 넘겼다. 경찰들은 이 휴대폰으로 B씨와 관련된 범죄 정보를 수집했다.

검찰은 A씨가 업무상 알게 된 B씨의 개인정보를 권한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이용하도록 제공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휴대폰과 함께 경찰에 넘긴 B씨 관련 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되는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봤다. 어떤 정보가 개인정보에 해당하려면 그 정보만으로 특정 개인을 다른 사람과 구분하거나 구별해 식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골프장 예약·이용 관련 문자메시지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설령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A씨가 B씨 관련 정보를 '업무상' 알게 된 것도 아니어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가 B씨의 구형 휴대폰 단말기를 취득한 것은 단말기 변경 때문이었지, A씨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진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1심 법원은 A씨와 경찰 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2심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맞는다고 보고 검사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범죄 행위에 '업무상' 개인정보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면 개인들이 일상 생활 전반에 걸쳐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파기하는 경우에도 개인정보보호법상 금지 의무가 부과돼 불합리하다"며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 영역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누설·제공·유출하는 행위 등은 처벌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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