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년 전 MZ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 힙(텍스트+힙, 독서하는 것이 멋지다)’이 뜨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젊은 세대 유행이 그러하듯 ‘반짝’하고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텍스트 힙’은 보다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텍스트 힙’ 열풍과 시너지를 내면서 ‘책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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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5 서울국제도서전’. 책을 보러 찾아온 시민들로 현장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요즘 MZ세대가 독서를 즐기는 방법은 다채롭다. 같은 책을 돌려 읽으며 각자의 감상평을 주고받는 ‘교환 독서’, 책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미는 ‘책꾸’, 좋아하는 책을 직접 써보는 ‘필사’ 등 책을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은 독서율 침체로 고민하던 한국사회에 고무적이다.
이러한 독서 문화는 지금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던 시절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독서를 즐겼다. 재미있게 본 책은 다른 이에게 추천하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책 표지를 씌우고, 좋아하는 문장은 직접 글로 써보기도 했다. 어떤 문화든 누군가라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다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 최근 MZ세대의 독서 문화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격년 주기로 진행하는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독서율(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포함)은 △2019년 55.7% △2021년 47.5% △2023년 43.0%로 하향세다. 그러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잘 보이지 않았다. ‘텍스트 힙’ 열풍으로 독서 문화가 되살아난 지금, 출판계가 이제 정부가 독서 문화를 다방면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올해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은 10명의 북멘토가 참여하는 ‘북클럽’을 통해 실질적인 독자 발굴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북클럽’ 참가자들은 내년에도 문체부가 북클럽을 계속 운영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책에 빠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지속적으로 책을 즐길 수 있을지 정부가 앞장서서 고민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