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방위비 GDP 5%로 합의" vs 푸틴 "극초음속 미사일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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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잠정 합의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오레시니크’ 양산에 돌입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까지 겹치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사실상 ‘안보 총력전’ 성격을 띤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35년까지 직접 군사비 3.5%, 간접 안보 비용 1.5%를 합쳐 GDP의 5%를 국방에 투입하는 계획이 모든 회원국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는 나토의 군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가 반영된 이번 합의는 나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비 확대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합의를 앞두고 일부 회원국은 부담을 토로했다. 스페인과 벨기에, 슬로바키아 등은 국방비 증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면제’나 ‘유연성’ 적용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공동성명 초안에는 당초 “우리는 약속한다”에서 보다 완화된 “동맹들은 약속한다”로 일부 표현이 조정됐다. ‘우리’는 전체 회원국의 단일한 약속을 뜻하지만 ‘동맹’으로 지칭해 국가별 재량을 인정해준 것이다. 뤼터 총장은 “나토에는 예외 조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회원국 간 입장차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나토의 군비 증강 움직임에 푸틴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크렘린궁에서 군사 고등교육기관 우수 졸업생을 만난 자리에서 푸틴은 “전투 조건에서 성능을 입증한 오레시니크 중거리 미사일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 무기로, 러시아는 이를 벨라루스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푸틴은 “누가 세계의 군사화를 부추기고 있는지는 명확하다”며 나토를 정면 비판했다.

러시아는 올해 전략미사일군에 현대식 ‘야르스’ 미사일을 추가하고,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M을 전력에 편입할 계획이다. 또한 드론 전력을 중심으로 한 ‘무인시스템군’ 창설도 예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는 위협을 과장해 자국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중동에서 벌어진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도 나토 회의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노르웨이와 프랑스는 미국의 이란 폭격이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지만, 나토 사무총장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나토 내부에서도 대이란 대응을 둘러싼 이견이 감지되고 있다.

나토는 24일 저녁 왕실 만찬을 시작으로 25일 본회의를 진행한다. 올해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반영해 일정이 대폭 축소됐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미·이란 긴장과 대중국 견제 전략, 나토-인도·태평양 파트너 간 안보 협력 강화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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