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지기 절친에게 결혼식 축의금으로 5만 원을 받았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2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2년지기 절친이 축의금 5만원을 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되며 누리꾼들의 위로와 분노가 쏟아졌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붙어 다닌 절친 B씨의 행동에 실망한 사연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이들은 매일 통화하며 서로의 연애사와 직장 고민을 나누고, 월급날엔 함께 쇼핑을 하던 사이였다고 한다.
3년 전 B씨가 먼저 결혼했을 당시 A씨는 대학원생이었다. 연구비도 없을 만큼 빠듯했지만 "유일한 베프의 결혼식이니 영혼까지 끌어모아 50만 원을 냈다"며 진심을 다해 축하했다고 했다.
웨딩촬영에도 따라가 사진을 찍어주고, 결혼식 당일엔 새벽부터 메이크업과 가방 순이 역할까지 도맡았다. 그는 "물질적 보답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지만 절친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A씨가 최근 결혼식을 올렸다. 이번엔 오히려 친구가 피곤할까봐 웨딩촬영이나 가방 순이는 부탁하지 않았다. 대신 "오랜 친구니까 의미 있겠다"는 생각으로 축사만 요청했고, 친구 B씨는 남편과 함께 와 귀엽게 축사를 하고 사진도 함께 찍으며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축의금 정산 과정에서 벌어졌다. 친구 B씨 이름 옆에 적힌 액수가 '5만원'이었던 것이다.
A씨는 "동명이인인가 싶어 눈을 비볐다. 남편이랑 둘이 와서 1인당 8만 원짜리 뷔페 먹고 갔는데 5만 원라니,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며칠을 끙끙 앓은 끝에 A씨는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B씨는 "5만 원 한 거 맞다. 신혼이라 대출이 많아서 여윳돈이 없다. 원래 결혼하면 그런 거다. 그게 그렇게 서운했냐"고 되물으며 "축사해줬으니 오히려 축사값을 받아야 하지만, 축하하는 마음으로 축의금을 낸 것"이라는 답변을 덧붙였다.
A씨는 "청첩장 줄 때 축사 부탁하면서 와인바에서 식사도 거하게 샀다. 그런데도 B씨는 그 자리에서 신혼여행지를 묻고, 자기네도 여름휴가로 해외에 갈지 고민 중이라 말했다. 몇백만 원은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서 내 결혼엔 5만 원을 낸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끝으로 그는 "저는 가난한 고학생 신분에도 진심으로 50만원을 냈는데, 친구의 마음은 고작 5만원짜리였나 싶어 너무 씁쓸하다. 남편은 그냥 이렇게 관계를 정리하는 거라고 위로해주지만, 지난 10여 년이 너무 슬프다. 내가 속물인 거냐, 제 그릇이 너무 작은 거냐"고 글을 맺었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해외여행 고민하면서 돈 없다는 건 확실히 말이 안 된다", "상대는 애초에 그 정도로만 생각한 거다", "축사값이라니 진짜 친구라면 그런 말 안 한다", "정 떨어질 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