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편집자 밤엔 소설가…‘이야기 접붙이기’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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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 농원 술래잡기’ 펴낸 정기현 작가 살구나무 80여 그루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살구 농원 술래잡기’의 정기현 작가가 26일 본사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무거운 내용이 아니냐”는 질문에 “추리물스러운 부분이 있어요”라고 답한 정 씨는 형사처럼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도 민음사 유튜브 채널에서 보여준 특유의 익살스러움을 드러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깨어 있을 때 가까스로 조각을 맞추어둔 이야기는 꿈속에서 와장창 흩어져버려 발가락이 눈썹에 붙는 식으로 뒤섞였다.”정기현 작가(34)의 신작 장편소설 ‘살구 농원 술래잡기’(은행나무)에 나오는 구절이다. 발가락이 눈썹에 붙는다니. 황당하지만 꿈속에선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바로 그런 꿈처럼, 현실의 조각들을 엉뚱하게 접붙여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낮엔 민음사 편집자로 일하고 밤엔 소설을 쓰는 작가를 2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야기를 접붙이다소설의 무대는 유명한 관광지도, 특산품도 없는 가상의 시골 마을 ‘향주’. 어떻게든 특색을 만들려는 지자체 성화에 농가에선 식물을 접붙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접합나무’ 재배가 유행한다. 살구와 수박, 수박과 딸기는 물론 살구·복숭아·수박·딸기를 한데 잇는 조합까지 거론된다. 어떤 열매가 열릴지 알 수 없는 접합나무처럼, 이야기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뻗어간다. 정기현 작가.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 작가는 자신에게 ‘농부의 피’가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충북 충주에서 살았고, 지금도 주말이면 가족이 귀촌해 사는 단양을 오간다. 도시에서 일하다 문득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첫 단편소설 제목도 ‘농부의 피’였다. 2년 전부터는 남편과 단양에서 양봉도 시작했다.“벌은 6주밖에 살지 않지만 생애 주기마다 하는 일이 달라요. 청소벌로 일하다 애벌레를 돌보고, 베테랑이 되면 밖으로 나가 꿀을 따오죠. 그런 질서를 들여다보는 게 재밌어요. 인간 말고 다른 생물을 통해 세계를 보는 작은 통로가 생긴 느낌이랄까요. 컴퓨터 앞에 있다가 그런 곳에 가면 해방감도 들고요.”접합나무 역시 작가에게는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식물의 가지를 잘라 다른 식물에 붙여 새로운 나무를 만든다는 사실에서 이야기의 작동 원리에 관한 힌트를 얻었다.“우리가 인식하는 현실도 기사로 읽거나 릴스에서 보거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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