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전북지사 선거가 뜻밖의 난관에 직면한 모습이다. 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한 김관영 무소속 전북지사 후보가 선전하면서다.
표면적으로는 친청계 이원택 민주당 후보와 김 후보의 맞대결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를 사실상 '김관영 대 정청래' 구도로 읽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전북 지역 선거 판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995년 지방선거제 도입 이래 전북지사 선거에서 단 한 차례도 패배한 적 없는 민주당이지만, 현직 지사 신분의 김 후보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존재감은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길리서치가 새전북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전북지역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42.1%, 이 후보는 40.5%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이었다.
이어 양정무 국민의힘 후보 4.9%, 김성수 무소속 후보 2.7%, 백승재 진보당 후보 2.4% 순이었다. 지지 후보가 없다(3.6%), 잘 모르겠다(3.9%)는 부동층은 총 7.5%로 나타났다.
불과 보름 전과 비교하면 김 후보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는 39.6%를 기록했고 김 후보는 36.6%였다.
김 후보의 매서운 추격세에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의 지원과 화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전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이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주에만 전북을 두 차례 방문하며 힘을 보탰다. 친명계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전북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후보에 대해서는 대립각을 세우며 여론전에 나선 상태다.
정 대표는 전날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 유튜브에서 김 후보의 대리비 대납과 관련한 당 차원의 조치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안 하고 지금까지 있었다면 국민의힘이 얼마나 물어뜯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 선거를 다 집어삼키고 뒤덮었을 텐데 지도부로서도 그런 일은 없어야 했다.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의 복당 가능성도 원천 차단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 시사'에서 "김 후보는 당헌·당규에 따라 제명 처분받았고 제명 처분에 불복, 무소속으로 출마까지 한 두 가지 불가 사유가 겹쳐 있다"며 "그렇기에 다른 대표가 온다고 하더라도 당헌·당규를 고치거나 별도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복당이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이 전북 지역 사수에 사활인 이유는 텃밭 사수 여부가 8월 전당대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민주당 전체 당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역 중 하나다. 서울·부산에서 선전하더라도 호남 텃밭에서 균열이 생기면 현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불가피하게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 대표의 연임 도전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텃밭 전북의 패배는 단순한 선거 결과를 넘어 리더십 타격으로도 직결될 수 있다. 이 후보는 친청계로 분류되고, 김 후보는 정 대표 체제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인물이다. 두 후보의 맞대결이 자연스럽게 정청래·김관영의 대결 구도로 읽히는 이유다.
김 후보도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는 "내가 당선되면 정 대표는 사퇴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정 대표 심판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8.5%,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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