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일 잘하는 퍽[내가 만난 명문장/홍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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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셋뿐이야? 하나를 더하면 두 종류가 둘씩으로 넷이 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중

홍성훈 작가·‘날로 노는 홍대’ 저자

홍성훈 작가·‘날로 노는 홍대’ 저자
핀란드 서쪽 끝 작은 도시 라우마에 머물고 있다. 오래된 돌길과 나무집 사이를 오래된 자동차가 찬찬히 유람하는 사이사이, 오토바이가 우렁찬 엔진 소리를 자랑한다. 동네 꼬마들이 자전거 앞바퀴를 아무 때나 신나게 들어 올리거나 말거나 작은 배달 로봇이 귀엽게 지나간다. 옛것과 새것이 거칠게 어우러지는 기술의 맛이 참 좋다. 도시를 대표하는 오래된 스타디움에선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가 열린다. 홈팀이 경기하는 날마다 동네는 잔치 분위기다. 아이스하키를 차갑게 즐기는 맛의 가짓수는 뻔한 서른하나를 훌쩍 넘긴다. 경기 자체가 싸움판이라 그냥 재미있지만, 경기 전 선수들이 스틱으로 있는 힘껏 퍽을 때리며 연습할 때 나는 퍽 소리가 퍽퍽하게 응어리진 트라우마에서 티를 확 떼어 버려서 퍽 시원하다.

퍽은 복잡하다. 게다가 빨라서 눈으로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다 갑자기 골이 터진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한꺼번에 풀린다. 셰익스피어가 말로 쓴 ‘한여름 밤의 꿈’에서 장난을 일삼다 극 전체의 흐름을 뒤흔드는 요정 ‘퍽’이 잘하는 ‘노는 일(sport)’이 바로 이거다. 꿈과 현실을 섞었다 풀었다 가지고 놀면서 복잡계를 기계적으로 보수하는 것. 셋으로 꼬인 관계에 하나를 더해 계산하기 아주 쉬운 매트릭스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은 퍽만 가지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천재인 까닭은 말로 노는 일만 잘하는 데 있지 않다. 노는 일을 잘하는 퍽에게 복잡한 땅을 나눠 주고 인류가 재미있게 놀이터를 날로 만들게 하는 데 있다.

복잡한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은 어려운 하나를 없애 버리는 일이 아니라, 전혀 다른 하나를 슬쩍 더하고 쉽게 노는 일이라는 것. 셰익스피어가 일찍이 알고 있었던 일의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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