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업무나 여행차 베이징을 찾아온 지인들은 도로를 가득 메운 다양한 전기차에 놀라곤 한다. 마음에 드는 중국 브랜드 전기차를 중국 현지에서 구매한 뒤 한국에 가져갈까 고민했지만, 세금과 운송비 탓에 포기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달 초 열린 ‘베이징 모터쇼’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崛起)’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계기였다. 중국 주요 전기차 업체들은 ‘가성비’가 아닌 ‘기술력’을 강조했다. 특히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전기차 업체 BYD는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Denza)’가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걸리는 최단 시간)이 2초 미만인 전기 슈퍼카를 공개했다. 또 CATL은 6분 만에 충전이 완료되는 초고속 충전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구매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 같은 ‘우대 정책’ 속에 급성장했다. 여기에 업체들 간의 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500개에 육박하던 중국 전기차 업체 수는 지난해 100여 개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가격 경쟁이 문제가 됐지만, 배터리와 자율주행, 내장재 등의 기술 발전도 이뤄졌다.이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현지에서 중국의 기술 발전을 10년 가까이 지켜봐 온 외교 소식통은 “극한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상당하다. 세계 무대에서 이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BYD는 한국 시장에서도 조금씩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에 진출한 뒤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넘었다. BYD의 진출 초기만 해도 상당수 한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자동차는 무서워서 못 산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 3대 중 1대가 중국산이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전기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국내 택시와 렌터카 업계에 중국산 전기차가 더 많이 공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 시장이 중국 전기차 기업에 지나치게 문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에 대해 미국은 102.5%, 유럽은 최고 45%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한국은 8%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한국의 낮은 문턱을 이용해 더 공격적인 시장 진출 전략을 펼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전기차뿐 아니라, 미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휴머노이드로봇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 시장을 향한 중국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배경에는 그들의 기술력이 높아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경쟁 국가에 비해 낮은 문턱 역시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정부와 업계는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고, 키울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더욱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국가 주요 산업을 육성하고 동시에 보호하는 건 국수주의, 특정 기업 밀어주기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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