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쟁의행위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위법한 쟁의행위는 제각각이다. 적법한 쟁의행위는 주체·목적·절차·수단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춘 행위라는 비교적 명확한 개념인 반면, 위법한 쟁의행위는 이 요건이 일부 또는 전부 결여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오랜 기간 노동조합법이 보호해 온 것은 ‘적법한 쟁의행위’에 한정되었고, 적법한 쟁의행위는 대체로 일정한 전형을 따랐기 때문에, 법의 보호범위가 무엇인지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우선, 형사 사건에서 법원이 노동조합 활동에 정당행위 법리를 적극 적용하면서, 비전형적이고 공격적인 수단을 사용한 쟁의행위들이 넓은 의미에서 적법한 쟁의행위로 인정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하여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일정한 보호를 제공하면서,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그 개념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고민할 필요가 생겼다.
우선 ‘정당행위’ 법리의 적극적 적용은 적법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모호하게 한다. 어떠한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라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 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따라서 ‘정당행위’가 인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의 행위가 온전히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행위를 사용자가 문제 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정당한 쟁의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 사이의 모호한 영역이 늘어나게 되었다.
최근 대법원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공장 내 CCTV를 비닐봉지로 가려 촬영을 방해한 사안에서 그 중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행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그나마 위 대법원 판결은 CCTV를 훼손하지 않고 원상회복이 가능하도록 가리기만 한 사안에서 또한 일부에 한해서만 정당행위를 인정한 점에서 정당행위를 보충적으로 적용하였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런데 최근 한 하급심 판결은 노조원들이 영상촬영 기능이 있는 화재감지기의 동의 없는 설치를 문제 삼으며 그 통신선을 니퍼 등으로 절단한 사안에서도 정당행위를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했다(울산지방법원 2026. 1. 27. 선고 2025고단79 판결). 일부 화재감지기는 불꽃을 감지하면 영상을 통해 곧바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노조는 회사가 이러한 불꽃감지기를 설치하면서도 'CCTV' 설치에 필요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울산지방법원은 이러한 노조 측의 주장을 수용하여, 위 화재감지기 설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노조원들이 “전선 몇 가닥을 절단”한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의 요건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형법상 정당행위 규정은 기계적인 법적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할 수도 있지만, 이를 너무 적극적으로 인정하면 자력구제를 용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특히, 사업장 내 불법 부착물에 대한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행사는 손괴죄 등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데,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시설을 파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정당행위를 인정하게 되면 노사관계의 법적 균형 자체가 깨질 수 있다. 사업장의 ‘안전’과 관련된 침해행위에 대해서도 정당행위를 인정한 것도 우려되는 면이어서 상급심에서도 위와 같은 판단이 유지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사상으로는 개정 노동조합법으로 인해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책임 제한 등 일정한 보호가 제공되면서, 위법한 쟁의행위의 개념 범위도 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노동조합법 제3조 제3항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손해배상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위법한 행위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특히, 노동조합법 제3조 제3항은 적용대상인 단체교섭 등을 “이 법에 따른” 것이라고 한정하지 않고 있는 점에서, “이 법에 따른”(적법한) 단체교섭 등을 보호하는 노동조합법 제3조 제1항과 규정의 형식도 달리한다.
문제는, 위법한 쟁의행위는 어디까지가 ‘쟁의행위’인지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주도하지 않은 채 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이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하여 단체행동을 한 경우 보호 대상일까(주체, 절차 요건 불비). 일부 조합간부와 조합원들이 단체행동을 하였는데 적법한 목적 없이 집단적 연차사용을 했다면 어떨까(주체, 목적, 절차 요건 불비). 일부 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였다면 보호 대상일까(주체, 목적, 절차, 수단 요건 불비). 이를 단순히 이론적인 논란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최근 온라인에서는 위와 비슷하게 ‘~~~한 행위도 이제 노란봉투법으로 보호받는다’는 형태의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당행위가 확대되고 위법한 쟁의행위의 책임이 제한되더라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은 있다. 형사에서 정당행위 법리가 '자력구제의 허용'으로까지 나아가고, 민사에서 노란봉투법이 '위법 행위 일반의 면책'으로까지 읽힌다면, 노동조합법이 오랜 기간 지켜 온 쟁의행위의 요건들이 무의미해진다. ‘안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정당행위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 나아가 앞으로 이어질 노란봉투법 관련 손해배상 판결이 이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그 과정에서 기업에 요구되는 것은 더욱 면밀한 절차적 대응이다. 법적 절차를 충실히 갖추지 못할 경우 노동조합의 물리력 행사에 대한 대응도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조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임의적 대응을 자제하고, 가처분, 손해배상, 형사절차 등 사법적 수단을 취할 필요가 있다.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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