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과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을 내부 기안문으로 작성해 대표이사 결재를 받아 시행해 왔는데, 이걸 바꾸려면 근로자 동의까지 받아야 하나요?”, “사내 게시판에 근로시간 기준과 인센티브에 관한 사항을 공지해 왔는데, 이것도 취업규칙인가요?”
최근 근무환경에 대한 근로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인사제도의 경쟁력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인사담당자들로부터 부쩍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 않은 내부 문서나 지침, 사내 게시 사항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상 변경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런데 이 질문은 단순한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는 취업규칙의 범위와 변경 절차에 관한 중요한 법적 판단을 내포하고 있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이란 사용자가 사업장의 질서유지 및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복무규율과 근로자 전체에 적용된 근로조건을 정한 준칙이라고 보면서(대법원 97다24511), 사규·인사규정 등 명칭에 관계없이 임금, 근로시간, 후생 등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8다301527). 결국 취업규칙 해당 여부는 문서의 이름이 아니라, 그 내용이 근로조건 또는 복무규율을 정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보면, 실무에서 흔히 사용하는 내부 기안문도 예외가 아니다. 임금 지급률이나 지급시기, 수당 기준 등을 정하여 대표이사의 결재를 거쳐 반복적으로 적용해 왔다면 이는 취업규칙으로 해석될 수 있다(노동부 근기68207-2660). 매뉴얼 역시 단순한 참고자료를 넘어 근로자의 업무 수행 방식이나 복무상 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으로 평가될 수 있다(노동부 근로기준팀-8438). 실제 현장에서는 “내부 기준일 뿐”이라고 인식해 온 자료가 분쟁 상황에서는 근로조건의 기준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의 기준은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온 법리의 한 부분이다. 예컨대, 경영위기 정상화 과정에서 마련된 자구계획서에 근로조건 변경 내용이 포함된 경우(대법원 2003다52456), 징계절차를 구체화한 징계운영규정(대법원 93다27413) 역시 취업규칙으로 인정된 바 있다. 또한 직무등급별 연봉액을 정한 직급규정 또한 근로조건을 직접적으로 형성하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취업규칙으로 해석된다.(근로기준팀 750). 결국 형식과 명칭을 불문하고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의 기준을 담고 있다면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일관된 판단 기준이다.
반면, 모든 내부 기준이 취업규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업적평가의 기준만을 정하고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지 않은 평가규정(근로기준법 545)이나 평가지침(근로기준과 545, 근로기준팀 72), 부서별·직급별 배치 정원의 기준을 정한 규정(근로조건지도과-1153)은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평가제도는 실무에서 가장 많은 오해와 분쟁이 발생하는 영역이다. 평가 대상, 항목, 방법만을 정한 경우에는 취업규칙이 아니라고 볼 수 있으나, 그 결과가 계약 갱신, 승급, 연봉 인상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변경 근거로 직접 활용되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사담당자로서는 이 경계선을 사전에 명확히 설정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취업규칙은 반드시 하나의 문서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내에서 반복 적용되어 온 불문의 기준 속에서도 형성되어 있을 수 있다. 즉, 별도의 문서나 공지 없이도 일정 기간 근로조건이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되어 왔다면, 이는 관행화된 근로조건으로 인정될 수 있고, 그 변경 시에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따라야 한다(노동부 근기68207-1873). “문서로 만든 적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절차를 생략하는 접근은 분쟁 상황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실무상 한번 더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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