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를 무시하는 노동부 '포괄임금제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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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를 무시하는 노동부 '포괄임금제 지침'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근로·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실제 연장근로 등 시간에 따라 지급되어야 하지만, 연장근로수당 등 계산의 편의를 위해 ‘포괄임금제 약정’이 판례로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포괄임금제 약정이 근로기준법상 시간외근로수당의 지급을 하지 않기 위한 편법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고, 포괄임금제 약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포괄임금제에 대한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16872)은 ①사용자로 하여금 시간외근로 등을 시킨 경우에는 근로일별 그 시간수를 임금대장에 기재하도록 하고, 근로자의 임금대장, 임금명세 서 및 증빙자료에 대한 열람·사본 교부 또는 정정 요구권을 부여하는 한편, ②가산임금은 임금대장에 기재된 근로자의 시간외근로 등의 시간 수에 따라 산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③당사자 간 합의에 의하여 시간외근로 등 시간수를 미리 정하고 그 시간수에 따른 가산임금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위 법안은 정부가 꾸린 노사정·전문가 협의체의 합의가 반영되어 발의된 것이라고 한다.

위와 같이 입법이 준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2026. 4. 9. ‘공짜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이하 ‘지침’)’을 발표하였다.

우선 지침은 아래와 같이 ‘사용자가 지켜야 할 임금 산정·지급 기본 원칙’을제시하였다.

▷임금 대장 및 임금명세서에 기본급과 각종 수당 등을 구분하여 기재하여야 함
▷기본급과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않거나(정액급제),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제 수당을 포괄(정액수당제)하여 산정·지급하여서는 안 됨
▷포괄임금 약정이 있더라도 실제 근로한 시간에 따라 산정된 연장근로수당 등과 비교하여 약정한 금액이 이에 미달되는 경우 사용자는 반드시 차액을 지급하여야 함
▷현장에서 활용되는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항목별로 구분하여 수당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당사자 간 합의가 존재하고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지 않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함

그런데 판례는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명백히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단체협약 등에 일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합의가 있다거나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정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어 바로 위와 같은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고용노동부 지침과 같이 임금 대장 및 임금명세서에 기본급과 각종 수당 등을 기재하게 되면, 포괄임금약정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판례는 포괄임금제의 한 유형으로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시간외 근로 등에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는” 이른바 ‘정액급제’를 인정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18. 12. 5. 선고 2018누5503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지침에서는 “기본급과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않거나, 시간외근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제 수당을 포괄하여 산정·지급하여서는 안 됨”이라고 하여, 아무런 이유 없이 정액급제를 금지하고 있다. 이 역시 판례와 다른 해석이다.

나아가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제 수당을 포괄하여 산정·지급”하는 정액수당제까지 금지한다고 보고 있는바, 이 역시 판례가 인정하는 포괄임금제를 아무런 근거없이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판례는 버스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에서 근무실적에 따라 발생하는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을 포괄한 수당으로 노선수당을 지급한 것을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22. 2. 11. 선고 2017다238004 판결).

즉,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항목별로 구분하여 수당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만 유효한 포괄임금제 약정으로 보겠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기존의 판례를 모두 무시한 것으로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 나아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항목별로 구분하여 수당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법원에 의해 포괄임금제 약정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정액급제 형태의 약정은 현행법에 반하므로 당사자 의사 등을 확인하여 소정근로시간 등을 특정하고, 기본급을 산정한 후 임금대장, 임금명세서에 따른 법정수당 등을 산정하도록 시정조치하고, 정액수당제 형태의 약정도 실제 임금을 각각 구분하지 않고 지급하면 현행법에 반하므로, 연장·휴일·야간근로시간 수에 따른 연장근로수당 등을 항목별로 구분·산정하도록 지도하겠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관련 법 규정으로 들고 있는 것은 임금대장(근로기준법 제48조 제1항)과 임금명세서(제48조 제2항)에 관한 규정이므로, 만약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를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근로감독관에 따라서는 포괄임금약정 자체를 무효로 보고 법정수당 미지급으로 형사입건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2026. 12. 8.자로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 시행으로 노동감독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가 사라지게 될 것인바, 지금과 같이 판례를 무시하는 지침에 따라 노동감독관이 사건을 처리하게 되면 억울한 사용자들이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법치주의의 원칙상 행정부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구속을 받는다. 또한 관련 법률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권을 가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입법이 진행되기도 전에 지침을 통해 관련 입법이 성취하려는 목적을 선취하려는 것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반한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같은 폭주를 멈추고 지금에라도 지침을 철회한 후 관련 입법이 진행되는 것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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