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기후변를 완화하기 위한 탄소세 부과 등의 녹색전환 노력이 물가와 경제성장 사이의 상충관계(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관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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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델 네그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경제리서치 자문위원은 3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기후변화 완화 정책이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 억제와 잠재성장률 달성 사이에 상충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그로 위원은 이날 ‘녹색 전환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탄소집약적 산업의 가격 경직성이 낮은 경우 탄소세 부과 시 중앙은행이 잠재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플레이션을 용인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처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에서 탄소세 부과와 같은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는 탄소집약적 산업은 가격 경직성이 낮은 편이다.
실제로 미국이 약 8년(100개월) 간 탄소세를 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부과하는 상황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약 10년 간 목표보다 0.5~1%포인트 높게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그로 위원은 “투입산출표(input-output table)에서 나타나는 산업간 연관관계를 반영하면 탄소세 부과 후 인플레이션율은 기본 모형에 비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탄소세가 부과되지 않고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는 산업이라도 탄소 집약적 산업의 생산물을 중간재로 활용할 경우 간접적으로 탄소세 부과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녹색전환을 추진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가격을 쉽게 올리거나 낮추지 않는 산업 부문에서도 가격 상승률을 낮춰야 한다”며 “이는 경기 둔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앙은행 정책결정자는 녹색 전환이 유발하는 물가안정과 잠재성장률 달성 사이의 상충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