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서(한화 이글스)가 한 번 더 선발 기회를 부여받게 됐다. 본인이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하며 얻어낸 결과물이다.
2024년 전체 1순위로 한화의 부름을 받은 황준서는 그해 36경기(72이닝)에서 2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5.38을 써낸 좌완투수다. 2024년 3월 31일 대전 KT위즈전에서 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을 작성, 입단 첫 해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챙긴 KBO 통산 10번째 고졸 루키가 됐지만, 이후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올해 초반에도 좋지 못했다.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며, 퓨처스(2군)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다행히 황준서는 좌절하지 않았고, 퓨처스리그 8경기(41.1이닝)에 출전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4.35를 마크했다.
이후 황준서는 21일 울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하며 올 시즌 첫 1군 경기 출전을 하게됐다. 황준서의 1군 선발 등판은 지난해 6월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334일 만이었다.
시작은 불안했다. 실책 불운이 겹친 탓이었다. 1회말 천재환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김주원, 박민우에게 연달아 볼넷을 범하며 1사 1, 2루에 몰렸다. 이어 김주원, 박민우가 이중 도루를 시도했는데, 이때 포수 최재훈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김주원이 득점했다. 이후 황준서는 박건우(중견수 플라이), 손아섭(유격수 파울 플라이)을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2회말은 깔끔했다. 권희동(삼진), 김형준(투수 땅볼), 서호철(삼진)을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리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말에도 김휘집(삼진), 천재환(유격수 땅볼), 김주원(2루수 플라이)을 차례로 막아냈다.
단 마무리는 다소 아쉬웠다. 4회말 박민우에게 우전 2루타를 맞은 뒤 3루 도루를 허용했다. 여기에서 박건우에게 1타점 중전 적시 2루타를 헌납, 두 번째 실점을 성적표에 기입했다. 이후 황준서는 손아섭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 김종수에게 공을 넘겼다. 김종수가 승계 주자에게 홈을 허락치 않으며 황준서의 자책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종 성적은 3.1이닝 2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 1자책점. 총 58개의 공을 뿌린 가운데 패스트볼(32구)과 더불어 포크(22구), 슬라이더(2구), 커브(2구)를 고루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측정됐다.
아쉽게 긴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매서웠던 구위는 분명 돋보였다. 이 밖에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에서도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인 황준서다.
사령탑도 흡족해 했다. 22일 울산 NC전을 앞두고 만난 김경문 한화 감독은 “공은 2군에서 봤던 것처럼 좋았다. 수비 쪽에서 뒷받침을 못한 부분도 있었다. 형들이 막내 나가는데, 활발한 타격으로 도움을 줬어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황준서는 한 번 더 선발 기회를 받을 전망이다. 김 감독은 “(황준서가) 기대했던 5회는 소화하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다음에 한 번 더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서 본인의 피땀 어린 노력의 성과다.
한편 재정비를 위해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엄상백 또한 준비가 되면 1군에 복귀할 예정이다. 김경문 감독은 “(엄상백이 1군에) 와야 한다. 선발투수들은 준비를 많이 해 놓아야 한다. 1, 2선발이라 하더라도 투수들은 한 시즌 가다보면 안 좋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