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공정위 강화 기조에
법리 따져볼 시간벌기 포석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서 핵심인 담보인정비율(LTV)을 두고 담합했다며 거액의 과징금을 매기려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담합 관련 의견서 제출 기한을 6주 연장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할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공정 경제’ 기조를 강조하며 공정위 기능 강화를 예고하자 법리 논쟁에 한층 더 꼼꼼하게 대비하겠다는 차원이다.
12일 관가와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당초 이달 20일까지였던 LTV 담합 의혹에 대한 의견서 제출 시한을 오는 8월 1일까지 연장해달라는 요구안을 다음주 안으로 공정위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정부가 제시했던 의견서 마감일은 지난 5월 9일이었지만 은행들 요청으로 6월 20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은행들은 이에 더해 6주를 더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최종 제재 결정은 올 하반기에 나온다.
LTV 담합 의혹과 관련한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회사에 대한 새 정부의 공정 경제 정책 강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은행들이 공정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보 담합’을 통해 부당 이득을 얻었는지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업권 간 경쟁을 피해 7500여 개 LTV 자료를 공유한 뒤 이 비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징금 수위가 1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LTV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 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LTV를 낮추면 거꾸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들이 담합할 유인이 적다는 주장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공정위나 은행 중 한쪽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공정위는 재조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담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조사 능력에 의문이 일며 정권 초부터 정책 동력을 상실하게 될 공산이 크다. 반면 전원회의가 공정위 손을 들어준다면 은행들은 거액의 과징금 폭탄과 함께 서민들을 대상으로 담합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가뜩이나 금융권 이자수익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 대형 악재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정책 혼선도 불가피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LTV는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금융당국의 정책 수단”이라며 “공정위가 이에 대해 제재에 나서면 금융당국과 정책 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